“암 확진 받고 치료 미뤄질까 한 걱정”…환자 고통·불안 가중

김태진 기자 허진실 기자 2024. 3.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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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상급병원 교수들 사직 여부 등 논의
건양대의대 전체 교수회의 열고 의견수렴
대전의 한 대학병원 진료대기실에서 내원객들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허진실 기자

(대전=뉴스1) 김태진 허진실 기자 = 위암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인 안모 씨(61)는 “전공의들의 행동은 이해하지만 교수들까지 사직해 막상 내 치료가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며 “다만 환자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본 분들이니 쉽게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심모 씨(74)는 “남편이 암이 의심돼 오늘 사진을 찍고 검사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진료가 연기된 적은 없지만 혹시나 확진을 받고도 사태가 이어져 치료가 미뤄질까 걱정된다. 아픈 게 죄지 어쩌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째 계속된 전공의 등의 집단행동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병원 전공의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면허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전 병원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충남대병원 168명, 건양대병원 99명, 대전성모병원 56명, 대전을지대병원 75명, 대전선병원 16명, 유성선병원 6명 등 420명이다. 이 중 단 한 명만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뿐만 아니라 이달 초 출근이 예정됐던 임상강사 등 일부 전임의들의 재계약 포기도 의료 공백을 키우고 있다.

이에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의협은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로 진료 현장을 떠날 경우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것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 의료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폭주를 멈춰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대전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도 사직 여부 등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건양대의대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전체교수회의를 열어 전공의 집단 사직 및 의대생 동맹 휴학에 대해 논의한다. 교수들은 현 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충남대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8일 재직교수 3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316명)의 93%가 '실제 사법조치가 이뤄질 경우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수들의 행동(사직서 제출·겸직 해제·기타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전공의 이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간호계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개혁을 지지하고 새로운 간호법안 추진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을 적극 환영한다"며 "정부의 의료정책 기조가 '의사만의 독점적인 권리'에서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달라졌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요양보호사 등 의료 관련 직역 8만500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대전시청 인근에서 약 1시간 동안 의사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전 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4월 10일까지 '의사들의 진료거부 중단!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합니다'라는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이 서명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함께 이뤄진다.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본부장은 "정부가 의사 증원이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계속 언론을 통해 이야기해서 결국 대화가 중단됐다"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관계부처(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협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 등 집단행동이 1개월이 됐는데 정부가 면허정지 등 절차를 밟으면서 의대 교수까지 사직 결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결국 교수 사직까지 된다면 대학병원이 마비돼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은 "현재 그나마 대학병원이 50~70% 운영 중이고 응급실은 최소 운영 중"이라며 "1개월 간 수술 등이 미뤄졌는데 더 이상 환자들을 방치하면 그에 대한 문제 발생은 정부의 책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사협회는 환자를 생각해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줘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서명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memory44444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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