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수술은 어떻게"…의대 교수 `집단 사직` 엄포에 떠는 환자들

이영민 2024. 3.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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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 비대위 사직 의결 후 병원 내 혼란↑
환자단체 "의료 공백 이미 현실화됐다"
한덕수 총리, 전문병원 수가 인상 추진 시사
"진료체계 개편·갈등 원인 정리해 피해 줄여야"

[이데일리 이영민 이유림 황병서 기자] 전공의들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진들이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할 시 집단으로 사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전달체계를 개편해 의료공백을 막으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를 이끌 물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뉴시스)
중증질환·희귀질환 환자들 현장서 ‘발동동’

12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로비에는 오전 7시부터 환자와 보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진료 접수가 시작되지 않는 시간임에도 이들은 이날 치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걸음을 뗐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정효(75)씨는 예정된 병원 진료를 제때 보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이씨는 “유방암이 대장으로 전이돼 지난해 2월 수술을 받았다”며 “오늘 추적관찰 검사를 받고 19일에 결과를 듣기로 했는데 그전에 교수들이 병원을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암 말기 환자들은 고통이 너무 심한데 또 전이가 될까 봐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수술 지연이나 치료 취소로 단체에 접수된 민원이 40건 정도 된다”며 “환자들이 병원에 못 가니까 문제가 없어 보일 뿐이지 항암은 점점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교수진은 중증환자를 놓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며 “사퇴한다는 말 자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도 “희귀질환 쪽은 교수들이 진료, 수술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전공의 파업 때 진료, 수술 쪽 피해가 적었지만 빅5병원 교수들까지 파업하면 영향이 클 것”이라며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제가 아니라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미봉책을 처방받는 것인데 이마저도 동네 병원에서 처방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대화의 장으로 의사들을 유도해 서로 합의를 잘 봤으면 하는 게 우리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가 조정 카드…서울대 의대 교수진, 긴급포럼 열고 논의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지난 11일 “의료진 430명은 현재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한계 상황과 진료 연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주 수요일 ‘빅4 병원’ 비대위 선생님들과도 만나 연대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줄일 대책을 고민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지금 의료전달체계는 인센티브제여서 전원이 선택인데 비상상황인 만큼 의사들이 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의무적으로 환자를 1·2차 병원으로 이송하고 3차 병원이 응급·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전공의들의 자발적 사직을 대표하는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사태 해결은 무엇인지 의료계 스스로 먼저 정리해야 한다”며 “정부도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의료계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이후 중증·응급환자의 치료를 맡아온 교수진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진료유지 명령’과 ‘전문병원 수가 인상’이란 카드를 꺼냈다. 이날 진행된 보건복지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영등포구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규모가 작은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복지부는 전문병원이 수준 높은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성과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갖고 “응급환자와 중증환자에 대한 빈틈없는 비상대응을 해달라”며 “의료개혁은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진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대 학생관에서 1차 긴급정책포럼을 열면서 약 2시간 동안 필수의료 현장과 필수의료패키지의 문제, 의대 증원의 실효성 등을 논한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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