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주총 앞두고 경영권 분쟁 불붙었다…母子 위임장 확보 경쟁

김명지 기자 2024. 3. 12. 17: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아들의 난’
모녀, 의결권 대행사 4곳 선임, 소액주주 공략
모녀 비만 신약개발 명분, 아들은 법조계 앞세웠다
한미사이언스는 12일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번 달 28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자 일괄 선임을 위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그룹 가족 간의 경영권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그룹 대주주 일가는 지난달 발표한 한미그룹과 OCI그룹간 통합을 모녀와 두 아들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양 측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이사 선임 안건이 예정돼 있다. 양측은 주총 표 대결에서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한미사이언스는 12일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번 달 28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자 일괄 선임을 위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는 또 비사이드코리아, 위스컴퍼니웍크, 제이에스에스, 얼라이언스어드바이저 등 4곳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수탁 법인(의결권 대행사)’를 선정했다.

의결권 대행사는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대행해 주는 업체다. 국민연금 등 큰 주주들의 표심은 ISS, 글래스루이스 등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들이 좌우한다면, 소액주주들은 적극적으로 구애 작업을 펼치는 대행사에 표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장사들은 주총을 앞두고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에게서 의결권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대행사를 선정한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모녀와 형제가 둘로 나뉘어 한미그룹과 OCI 홀딩스와의 합병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OCI와 통합은 고 (故)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했는데,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형제 측은 지난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통합을 위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인들을 포함해 5명을 신규 이사에 포함하는 안을 주주 제안했다. 그러자 모녀 측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비롯한 6명을 새로이 선임하는 안을 제시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에서 만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겸 전략기획실장,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그룹

이들이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한미사이언스 주총에 올린 까닭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과 사외이사 3명을 포함한 4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최대 6명까지 추가 선임이 가능하다. 형제 측은 이사 선임에 성공하면, 각각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대표로 올라서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 측은 이번에 6명의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모두 장악할 계획이다. 다만 모녀와 형제 측의 지분은 비슷하기 때문에, 이날 주총 표 대결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모녀측 지분은 32.95%, 형제측 지분은 지난 1월 26일 기준 28.42%다. 다만 송영숙 회장측의 지분에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지분이 포함돼 있어, 재단 의사결정권이 제한되면 형제 측 지분이 3%가량 많아진다. 한미그룹의 미래 경영권이 표심을 얼마나 많이 사로잡느냐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뜻이다.

모녀 측인 한미사이언스는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 이들은 중간배당 도입과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하는 재무적 방안과 주주와의 의사소통 강화, 주요 경영진의 성과평가 요소로 주가 반영 등도 공개했다. 모녀 측은 전날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 회장을 비롯한 신규 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추천 이유도 공개했다.

최인영 후보자는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장으로 신약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김하일 후보자는 KAIST(카이스트) 교수 출신으로 에너지 대사 비만 당뇨 질병 원인 규명한 의과학 전문가, 서정모 후보자는 신세계그룹 전략 기획팀장 출신으로 컨슈머 헬스케어 전문가라는 점을 앞세웠다. 이 밖에 사외이사 후보인 박경진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한미약품 제공)/뉴스1 ⓒ News1

형제측은 자신들을 포함해, 권규찬 디엑스브이엑스, 한국 IBM 출신인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사외이사로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5명을 후보자로 내세웠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사외이사로 신유철 변호사, 김용덕 김앤장 연구소장, 곽태선 미국변호사 등 법조계로 구성돼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 하루 전날인 오는 27일 예정된 한미약품 주총에는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가 사내이사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에는 OCI홀딩스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다. 28일 주총에서 모녀 측이 승리하면, OCI홀딩스 주총에서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더불어 임주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될 전망이다.

한편 OCI그룹 자회사인 부광약품은 오는 22일 정기주총을 열고, 한미약품그룹 출신의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우 대표는 부광약품 대표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