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색 변할 땐 늦었다…"몸 붓고 피곤해" 더 빨리 병원 가야 할 사람은

박정렬 기자 2024. 3.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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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콩팥(신장)의 날'이다. 신장의 중요성과 신장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세계신장학회가 지정했다. 신장은 병이 생겨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혈뇨, 부종, 호흡곤란 등 자각증상이 느껴질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콩팥병) 환자는 지난 2018년 약 22만 6000명에서 2022년 약 29만 6000명으로 5년 새 30% 이상 늘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한다. 신장암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신장암 환자는 2017년 5432명에서 2021년 6883명으로 5년 동안 약 27% 증가했다. 2019년부터 상위 10대 암에 포함됐을 정도로 증가세가 매섭다.
고혈압·당뇨병, '만성 콩팥병' 요주의
신장은 우리 몸의 '필터'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노폐물이 쌓이고 체내 항상성이 망가져 생명까지 위험해진다. 3개월 이상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혈뇨 또는 단백뇨가 지속해서 나오는 경우를 '만성 콩팥병'이라 한다. 고서연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사구체 여과율이 60 이하로 감소하거나 정상이라도 혈뇨나 단백뇨가 나오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며 "가장 큰 원인은 노화로, 65세 이상 가운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있다면 신장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라 조기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 받는 환자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만성 콩팥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진 다음에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소변 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면 만성 콩팥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 있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이유 없이 몸이 붓거나 피로하고, 식욕이 감소하는 증상이 있을 때도 만성 콩팥병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만성 콩팥병은 1~5기로 구분된다. 1~2기는 고혈압·당뇨병 등 원인 질환을 우선 치료한다. 3단계부터는 신장 기능 소실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약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사구체 여과율이 15 이하로 감소하는 말기 상태가 되면 구역 및 구토, 호흡곤란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때는 투석 치료, 신장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장 질환 있다면 암 발병 위험 커
신장암 역시 병이 악화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기존에 신장 질환을 앓았거나 흡연과 음주, 비만, 고혈압 등을 앓는 경우 신장암의 발병 위험이 크다. 소변에 피가 보이거나 옆구리 통증 등이 나타나는 데 문제는 이런 증상이 암이 매우 진행된 후 발현된다는 점이다. 고서연 과장은 "신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콩팥병, 다낭성 신질환 등 평소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꾸준히 받는 게 안전하다"고 권했다. 신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에 달하지만 4기일 때는 다양한 치료에도 평균 생존 기간이 약 2~3년일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신장질환 예방법./사진=힘찬병원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정기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평소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등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 담배와 술은 신장 기능을 저하하고 암을 일으킬 수 있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고 과장은 "신장이 약한 사람들은 단백질을 과하게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적당한 양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과도한 염분 역시 콩팥 기능을 떨어트리므로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당뇨병과 함께 비만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몸에 지방이 쌓이면 이곳에서 콩팥을 망가트리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 고서연 과장은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일 땐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며 "체중조절을 위한 식이 조절과 함께 혈뇨나 단백뇨가 있다면 3~6개월마다 정기적인 사구체 여과율 검사 등 정밀 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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