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이 르세라핌 꺾었다?…플레이브, 신드롬일까 거품일까 [TEN피플]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그룹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플레이브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플레이브는 지난 9일 MBC 음악방송 '쇼! 음악중심'에서 신곡 'WAY 4 LUV'(웨이 포 러브)를 통해 그룹 르세라핌의 'EASY'(이지)와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쇼! 음악중심'의 순위 집계는 음원(50%)+음반(10%)+동영상(10%)+방송 횟수(10%)+시청자위원회(5%)+글로벌 투표(5%)+생방송 투표(10%)를 기준으로 이뤄지며, 이중 음원과 음반 성적은 써클차트를 근거로 계산한다. 플레이브는 음원+음반 부분에서는 3650점으로 5000점을 받은 비비보다는 떨어졌고, 3275점의 르세라핌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동영상+방송 부분 1436점을 받은 르세라핌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621점을 얻었다. 비비는 400점이다. 플레이브는 사전투표와 생방송 투표에서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라섰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비비와 르세라핌을 제치고 음악 방송 1위에 오른 것은 분명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플레이브의 인기는 열성적인 코어 팬덤의 주도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자 투표와 음원 성적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대중성을 대변하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이 부진한 것. 플레이브는 대중성, 즉 '라이트 팬덤' 인지도 면에서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플레이브의 'WAY 4 LUV'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는 753만회다. 함께 '쇼! 음악중심'의 1위 후보로 올랐던 르세라핌 'EASY' 뮤직비디오 조회수 6392만회, 비비의 '밤양갱' 뮤직비디오 조회수 1809만회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수치다. 플레이브가 일주일가량 음반이 늦게 나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중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텐아시아는 플레이브 소속사 측에 코어 팬덤 상세 규모를 질문했다. 그러나 플레이브 측은 "현재 플레이브 팬덤에 관한 질의가 너무 많아 소속사에서 모든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통일했다"고 밝혔다. 공식 팬클럽인 '플리' 1기 가입자 수와 유로 팬 소통 플랫폼 버블 가입자 수에 대한 질문에도 플레이브 측은 "알려줄 수 없다. 공개된 바 없다"고 답했다.
초동(발매 후 7일간 음반 판매량) 기록을 통해 코어 팬덤 규모를 유추해 보면, 코어 팬덤이 보여주는 화력 대비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플레이브의 신보 미니 2집 'ASTERUM : 134-1'은 초동으로 56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르세라핌이 미니 3집 'EASY'로 초동 99만장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된다. 플레이브의 경쟁자로 언급되는 제로베이스원은 미니 2집 'MELTING POINT'(멜팅 포인트)를 통해 초동 213만장을 달성했다.
코어 팬덤 규모 지표와도 같은 팬 콘서트 규모도 크지 않다. 플레이브는 오는 4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팬 콘서틀를 연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의 수용인원은 약 3000명. 양일 모두 매진을 기록한다면 플레이브는 팬 콘서트에서 총 6000석을 채우게 된다. 제로베이스원은 지난해 8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팬 콘서트를 개최해 약 16000석을 전석 매진시킨 이력이 있다.
최근 플레이브는 코어 및 라이트 팬덤을 늘리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데뷔 1주년을 맞아 오는 17일까지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EPIC SEOUL)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것. 운영 기간 전체에 대한 사전 예약 방문객이 1만50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데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팝업스토어가 위치한 만큼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서 플레이브의 선전은 아이돌 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다만, 플레이브의 유의미한 성장이 '버추얼 아이돌 신드롬'과 연결되기에는 아직 대중의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플레이브 신드롬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가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적고, 소통 방식 역시 일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팝 시장에 발을 딛기에 충분한 준비가 되지 못했고 미숙한 운용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플레이브를 향한 업계의 주목이 부풀려진 여론일지, 실제 인기의 씨앗이 될지는 앞으로 플레이브 활동 성적이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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