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그림이 친일이네”…중국 생수회사 향한 삐뚠 애국주의

최현준 기자 2024. 3.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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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 생수'로 불리는 농푸산취안의 중산산 회장이 친미, 친일 성향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중 회장의 아들인 중슈즈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농푸산취안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누리꾼들이 후계자인 그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농푸산취안 제품을 사는 것은 미국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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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닮았다” “회장 아들이 미국인”
일부 누리꾼들 농푸산취안 제품 불매운동 조짐
중국 한 누리꾼이 생수기업 농푸산취안의 차 제품 포장에 일본 관련 이미지가 실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두 갈무리

중국 ‘국민 생수’로 불리는 농푸산취안의 중산산 회장이 친미, 친일 성향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음료의 포장 디자인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 모습과 닮았고, 아들이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인데 누리꾼 공격이 계속되면서 불매운동 움직임도 인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중국 최고 부자에 등극한 중 회장에 대한 공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지난달 25일 중 회장에 앞서 중국 최고 부자로 이름을 올렸던 음료기업 와하하의 쭝칭허우 회장이 사망한 뒤, 중 회장이 쭝 회장의 도움을 받고도 그를 배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농푸산취안을 창업하기 전인 1990년대 초, 중 회장이 와하하 물건을 팔면서 계약 조건을 위반해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중 회장은 지난 3일 직접 해명 글을 올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농푸산취안 물건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 회장 아들이 미국 국적이라는 점도 드러나 여론이 악화했다. 중 회장의 아들인 중슈즈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농푸산취안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누리꾼들이 후계자인 그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농푸산취안 제품을 사는 것은 미국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농푸산취안의 차 음료인 ‘차 파이(π)’의 포장으로는 중 회장이 친일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 쓰인 한자 차(茶)와 수학기호 파이(π) 등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 건물과 닮았다는 것이 이유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에 야스쿠니 신사의 사진과 농푸산취안의 음료를 대조하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그가 ‘친일’ 성향이라고 퍼뜨리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농푸산취안은 온라인 생방송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중국 매체와 저장성 선전부 등은 이런 과도한 애국주의를 지적했다. 저장성 선전부는 농푸산취안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불순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애국심을 부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봉황망의 인터넷 계정도 지난 10일 “농푸산취안이 겪는 사이버 폭력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경쟁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했다.

한편,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도 지난달 한 애국주의 블로거에 친일 혐의로 고발당했다. 모옌이 소설 ‘붉은 수수밭’과 ‘풍유비둔’에서 일본의 중국 침략을 미화하고 마오쩌둥 주석을 모욕했다며 금서 지정 등을 요구한 것이다.

모옌에 대한 고발엔 1만명이 넘는 누리꾼이 찬성했지만,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중국의 국수주의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노벨문학상이 모옌의 원죄가 됐다”며 “중국 사회는 옳고 그름에 각성이 필요하다. 모옌 고소는 (중국 사회의) 폐쇄와 수축, 극단화된 ‘정치적 올바름’, 당이 영도하는 헌법 질서 아래의 관용과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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