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에 고이 보관한 `박목월 미발표 시` 166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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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박목월(1915~1978)의 미발표 시 166편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박 시인의 아내인 고(故) 유익순 여사가 고이 간직해온 육필 노트를 장남 박동규(85)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 것이다.
후배 학자들은 지난해 8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박 시인의 노트들을 정리하고 분류·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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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박목월(1915~1978)의 미발표 시 166편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박 시인의 아내인 고(故) 유익순 여사가 고이 간직해온 육필 노트를 장남 박동규(85)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 것이다.
박 교수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남긴 노트들은 20년 전까지 살아계셨던 어머니가 생전에 지극정성으로 관리하셨다"며 "어린 시절 이사도 많이 다니고 한국전쟁으로 피란 갔다 다시 올라오는 변고도 겪었는데 그때마다 보따리에 싸 가지고 다니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노트를 쓴 과정을 어린 시절부터 봐와서 잘 안다"며 "밤에 써놓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신 게 노트 속에 순서대로 다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는 생전에 시집을 내는 걸 매우 어려워하셔서 시집도 몇 권 못 내셨다"며 "발표하기 싫어서 그러신 건가 싶어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어길 수는 없겠단 생각도 있었고, 아들로서 문학적 평가를 할 수가 없는 입장이기도 해 발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발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시인인 아버지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데 필요한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시도나 시에 대한 실험성이 오히려 여기에 더 많다는 생각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과정도 시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서 학자들에게 맡겼다"고 했다.
후배 학자들은 지난해 8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박 시인의 노트들을 정리하고 분류·분석했다. 박 시인의 미공개 육필 노트는 유족이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에 기증한 18권과 장남 박동규(85)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택에 보관한 62권으로 총 80권이다. 1930년대 후반부터 말년인 1970년대까지 쓴 시들로, 활동하던 거의 전 생애에 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기존에 발표한 시와 일치한 것 28편, 새로운 창작물 290편 등 완전한 시 형태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총 318편이었다. 우정권 단국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등 국문학자들의 일별을 거쳐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주제가 다양하며 창작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 위주로 166편을 공개했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위원장인 우정권 교수는 "목월의 시풍을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측면으로 많이 알고 계시는데, 이번 작품들은 그렇지 않은 게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문학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향후 젊고 유능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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