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챗GPT 이은 세계 다운 3위 앱, 한국에서 나왔다
누적 다운로드 8381만건…게임 1위
진입장벽 낮춘 하이퍼캐주얼 장르
"창업 4년차에 게임 300여개 개발"
"AI로 1인 게임 제작 시대 열린다"
지난해 출시된 모바일 앱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건 메타의 스레드와 오픈AI의 챗GPT였다. 다운로드 수가 1억건을 넘긴 유이한 앱이다.이들 앱의 바로 뒤에 이름을 올린 앱이 한국 스타트업의 작품이라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내 게임 스타트업인 슈퍼센트가 만든 게임 앱 ‘버거플리즈’가 지난해 출시된 앱 중 전세계 다운로드 수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인 ‘하이퍼캐주얼’에 건 승부수가 ‘대박’이 됐다. 진입장벽이 높은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와 극단에 있는 하이퍼캐주얼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다운로드 수 2억1000만건...국내 최대
12일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인 앱매직에 따르면 버거플리즈는 누적 다운로드 수 8381만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출시된 앱 중 3위 성적이다. 스레드(2억5339만건), 챗GPT(1억6305만건) 다음 가는 성적이다. 게임 중에선 1위다. 버거플리즈는 게이머가 버거 전문점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장르는 하이퍼캐주얼. 하이퍼캐주얼은 1분이면 규칙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손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간 게임업계에선 그래픽이 화려한 대형 게임을 흥행시키는 게 성공 방정식이었다. MMORPG ‘테라’로 업계 주목을 받은 뒤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내놨던 크래프톤, 액션 비디오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로 상장에 도전하는 시프트업이 그 공식을 따르고 있다. 슈퍼센트는 정반대다. 이 회사가 2021년 창업 후 만든 게임 수는 300여개. 이 중 약 150개가 시장에 풀렸고 5개가 지난해 게임 앱 다운로드 수 상위 100위 안에 들었다.
마케팅 전략 활용해 게임 개발
물량 공세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슈퍼센트가 내놓은 앱들의 다운로드 수는 2억1000만여건. 이 회사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 삼성전자, 네이버웹툰 등을 제치고 국내 최대 앱 공급사 자리를 차지했다. 수익 모델은 광고다. 진입장벽을 허문 게임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공급한 뒤 게임을 마케팅 채널로 쓴다. 게임 제작도 개발자 중심이 아니라 마케팅 컨설팅 업체처럼 시장 수요 주사를 한 뒤 소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슈퍼센트는 미국 광고 기술 업체인 '앱러빈'의 마케팅 솔루션도 적용하고 있다. 광고 목표 대상을 연결시켜주는 소프트웨어인 ‘앱디스크버리’, 광고 수익화를 지원하는 솔루션인 ‘맥스’ 등을 쓰고 있다. 공준식 슈퍼센트 대표는 “하이퍼캐주얼은 3개월이면 게임 제작이 가능해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버거플리즈도 미국에서 검색 빈도가 가장 많은 음식이 ‘버거’라는 점을 파악한 뒤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퍼캐주얼, 틱톡과 이용자 겹쳐”
게임업계에선 하이퍼캐주얼의 시장 확장 기회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볍고 빠른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근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의 특징과 유사해서다. 이날 국내 앱 매출 규모 3위를 기록한 ‘라스트워:서바이벌’도 하이퍼캐주얼 게임이다. 슈퍼센트는 최대 경쟁사를 게임 업체가 아닌 틱톡으로 보고 있다. 틱톡과 하이퍼캐주얼의 이용자 층이 70%가량 겹친다는 게 이 업체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집중, 고숙련을 요구하는 MMORPG에 대한 반감이 하이퍼캐주얼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불었던 개인 창작자 열풍이 하이퍼캐주얼 게임에서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생성 인공지능(AI) 보급으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돼서다. 영상 제작이 쉬워지면서 1인 방송 시대가 열렸듯 1인 게임 시대가 열릴 수 있단 얘기다. 이미 엔씨소프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브IM 관계사인 수퍼톤 등이 게임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AI 도구를 개발하거나 출시한 상태다. 공 대표는 “게임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의 유통 창구로서도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영상에서 유튜브가 그랬듯 1인 게임을 중점 공급하는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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