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없는 WK리그, 흥행은 어떻게?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 지소연(레인FC)은 미국으로 떠났고, 16강 진출 기대를 모았던 대표팀은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여자 축구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WK리그(여자실업축구)는 계속된다.
8개 구단 사령탑은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유료 관중 도입, 주말 경기 확대, 홍보 강화 등 리그 흥행몰이를 위한 가지각색 방안을 내놓았다.
지소연의 전 소속팀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은 유료 관중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감독은 “우리 구단은 8개 구단 최초로 유료 관중을 시행했고, 얼마나 올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면서도 유료 관중의 충성도가 훨씬 높고 파급 효과도 크다고 봤다. 그는 “예를 들어 100명이라고 해도 유료 관중은 경기를 끝까지 보고 선수들과 끝까지 호흡한다”며 “선수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더 멋있는 경기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경기 운영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경 상무의 이미연 감독은 “현재 연맹에서 주말 경기를 의무적으로 리그 일정에 넣어 진행하는 스케줄이 나와 있다”며 “처음부터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진행해보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 연맹과 구단, 감독들이 논의를 통해서 내년에 또 어떻게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소연도 지적했듯이 주말 경기 확대는 가족 단위 관객 유입 등 WK리그 흥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주말 구장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구단들도 많아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 11연패를 달성한 1강 구단 인천 현대제철의 김은숙 감독은 “우리 팀은 남동구장을 쓰고 있지만, 우리만 쓰는 게 아니라 럭비 경기도 열린다”면서 “7개 구단에서 배려를 해 주지만 주말 경기를 못 할 때는 우리가 평일로 넘어가서 경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 홍보 활동도 WK리그 흥행에 필수요소로 꼽혔다. 문경 상무는 문경시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경품 행사 등으로 팬들이 많이 오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은 남자 축구 수원FC와 공동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장점으로 꼽으면서 “남자 축구 경기를 할 때도 우리 홈 경기를 많이 홍보한다”면서 홍보도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지만, 결국 관중을 많이 불러모으는 가장 큰 힘은 좋은 경기력에서 나온다. 서울시청의 유영실 감독은 “8개 구단 모두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각자 팀 색깔에 맞게 지독하고 끈질기게 하려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준비한 걸 세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현대 축구의 최신 흐름을 우리 여자 축구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WK리그는 오는 16일부터 11월 예정된 챔프전까지 8개월여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인천 현대제철과 수원FC 위민, 화천 KSPO,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이 4강 전력으로 꼽히는 가운데 어느 팀이 현대제철의 12연패 도전을 저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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