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안 나왔는데, 은행 주주환원 영향 받을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안에 따른 은행권 전체 배상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작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되고 자산관리 관련 손익이 줄면서 비이자수익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의 정광명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 20~30%를 고려하면 2024년 은행권 배상 규모는 약 1조~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말 H지수가 유지된다면 올해 은행권의 손실 금액이 약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분석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최종 배상비율을 34~37% 수준으로 기본보다 높게 추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적용한 기본배상비율의 중간값(25%)에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가중값 등을 더하고, 투자자 고려요소 차감비율을 2~5%로 가정해 나온 수치다. 김 연구원은 ELS 판매 손실율을 상반기 50%·하반기 10%로 보면 올해 은행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KB국민은행 6760억원, 신한은행 2050억원, 하나은행 1150억원이 될 것이라 추정했다.
은행주 투자자들의 관심은 ELS 손실 배상이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으로 쏠린다. ELS 손실 배상으로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의 자기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눠 계산하는 보통주 자본비율은 각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은행의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되는 지표이기도 해, 앞서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은 보통주 자본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의 주주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ELS 배상이 이뤄지면 위험가중자산에 속하는 운영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자본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당초 기대됐던 주주환원 확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증권가에선 주주환원 확대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시중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과 이익 규모가 충분히 높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자본비율은 13.6%에 달해 주주환원 확대 요건 대비 여유가 있다”면서 “타사는 배상 부담이 현저하게 낮아 이번 사안이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DS투자증권의 나민욱 연구원은 “과거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비교할 때 ELS 예상 손실 규모가 크고, 자본비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은 자본비율 산출에 향후 10년간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ELS 손실 배상이 향후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규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향후에도 은행권의 ELS(ELT) 판매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와 함께 이자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국면에서 수수료 이익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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