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못 한 전세금 4조 원...에스크로 제도 해법 될까
집주인 대신 돌려주고 회수 못 한 전세금 4조 원
"권고에 불과…제도화 위해선 공감대 형성 필요"
[앵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이 지난해 말 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보증금 일부를 의무적으로 예치하자는 이른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는데,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입니다.
윤해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무자본 갭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22년 말 이후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만 3천 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실질적인 회복은 더디기만 합니다.
[안상미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지난달 28일) : 온전히 결정문을 받은 피해자들도 제도 하나 제대로 쓰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제도를 제대로 이용도 하지 못합니다.]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받지 못한 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HUG가 회수하지 못한 채권 잔액은 4조 원을 넘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여섯 배 넘게 불어난 겁니다.
채권 회수율은 갈수록 낮아져 2020년 절반에서 지난해 10%대까지 급락했습니다.
이런 악성 임대인 피해를 막기 위해 국토연구원은 전세 보증금의 10%를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제도를 제안했습니다.
금융 기관이나 신탁사 등 제삼자가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관련 절차를 대신 관리하는 이른바 '에스크로 제도'와 비슷한데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상우 / 국토교통부 장관(지난달 1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 긍정적으로 검토는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시중의 관행은 그렇지 않고 사실 이사하는 날 집주인이 그 돈을 바로 받아서 자기도 이 값을 써야 하는 것이 시중의 관행이라서….]
현재 이런 제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계약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금 또는 잔금을 금융기관 등에 예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실제 제도 도입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권대중 /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 전세를 놓는 사람들은 목돈이 필요해서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만약에 신탁사나 은행에 (전세보증금을) 예치하게 되면 내 집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봐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있는 임대인을 중심으로 전세 시장을 재편하는 등 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영상편집: 박정란
그래픽: 홍명화
YTN 윤해리 (yunhr09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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