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연맹, 러시아 적십자사 제재해야···푸틴 우크라 침공에 협력”
러시아 적십자사(RR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RRC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FRC는 후원국들로부터 RRC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191개 회원국 적십자사(적신월사)로 이뤄진 IFRC는 ‘중립·불편부당·독립성’ 의무를 위반한 회원국 적십자사에 제재를 가하거나 회원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에스토니아 매체 델피는 크렘린궁 내부 문서를 입수해 파벨 사브추크 RRC 총재가 애국주의 단체인 러시아인민전선(ONF)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ONF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든 단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Z’ 표식을 사용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와 관련해 사브추크 총재는 2022년 3월 이후로는 ONF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회원도 아니라고 밝혔다. ONF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달 사브추크의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브추크 총재는 지난 1월에는 RRC와 크름반도의 어린이 캠프 ‘아르텍’ 사이의 양해각서에도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텍은 러시아가 납치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러시아 민족주의를 교육한 것으로 알려져 서방 제재를 받았다.
델피는 러시아 독립언론 2곳, 폴란드 언론 2곳, 스웨덴 언론 1곳 , 독일 언론 3곳, 오스트리아 언론 1곳, 스위스 언론 1곳과 공동으로 이 사안을 취재했다.
RRC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트베리 지역 RRC 사무소 대표 니콜라이 도빌레프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등뒤에서 저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나치들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어떻게 평화협상에 대해 말할 수 있나”라고도 했다. 오룔 지역의 한 RRC 직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을 추모하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오늘 심은 나무들은 러시아가 악의 세력에 맞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RRC 직원들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군사훈련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십자 조끼를 입은 RRC 직원이 러시아 청소년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는 군사교육에 참여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IFRC는 성명을 내고 “현재는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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