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갈등 넘어 교류의 역사에도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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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단호하게 대처해야겠지만, 이제 한일 관계도 갈등·대립보다는 교류의 역사에 눈길을 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12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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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 단호하게 대응하되 미래도 봐야
그간 쌓인 연구성과들 국민과 함께 공유할 것"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단호하게 대처해야겠지만, 이제 한일 관계도 갈등·대립보다는 교류의 역사에 눈길을 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12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박 이사장은 아일랜드의 사례를 들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예전에는 자기가 결혼 못 하는 것도 영국 탓이라고 했지만 경제성장이 이뤄진 뒤에는 그런 말들이 쏙 들어갔어요. 역사에 대한 시각은 그렇게 변화해가는데 우리는 너무 고정된 시각을 투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일 관계를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에 빗댄 설명이다.
"이미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일본에 꿀릴 것 없으니 민간차원의 교류를 확대해 과감하게 미래로 가자고 제안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기성세대의 한(恨)의 역사 대신 젊은이들의 당당한 역사관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미래를 잃을 것"이라는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말도 인용했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영국사학회장 등을 지낸 영국사 전공자다.
당장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이다. 관련 학술회의도 준비 중이다. 박 이사장은 "학술 행사에서도 '친한파'로 분류되는 사람만 부를 게 아니라 우리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불러 쓴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일본 우익의 주장을 대표하는 사람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그간 쌓아온 학술 연구 성과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힘쓰기로 했다. 발간 자료를 재단 홈페이지에서 PDF 방식으로 무료배포하는 것은 물론, 동영상 콘텐츠에도 도전한다.
당장 13일에는 재단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콘텐츠 '히글(히스토리 앵글)'을 처음 공개한다. 한국전쟁을 두고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 부르는데 이 주장의 배경 등을 살핀다. '역사저널 그날'을 진행했던 최원정 KBS 아나운서가 손장훈 연구위원과 대담하는 방식이다.
박 이사장은 "2006년 재단 설립 이후 연구 업적이 축적돼 있으나, 마당에 김칫독을 두고 차곡차곡 쟁여놓기만 한 상황"이라며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로 성과를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6년까지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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