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재생에너지 확보 시동?…현대건설, 25년 장기 태양광전력 구매계약

최우리 기자 2024. 3. 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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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그룹사 등 RE100 이행 기업에 제공 예정
게티이미지

현대건설이 에스케이(SK)그룹 에너지 회사와 신재생에너지 펀드 운용사의 합작사와 25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었다. 전력구매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사용자가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제도로, 현대건설은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사의 알이(RE)100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알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충당하자는 캠페인이다.

에스케이이터닉스와 영국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사 글렌몬트파트너스와의 합작법인 ‘글렌몬트디앤디솔라홀딩스’와 현대건설은 11일 태양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에스케이이터닉스는 에스케이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에스케이디앤디(D&D)에서 지난해 9월 인적분할한 에너지 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건설은 2048년까지 25년 동안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사들과 국내 기업 등 알이100 가입 기업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알이시)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알이시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했다는 인증서로, 이를 구매한 기업 역시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했다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글렌몬트디앤디솔라홀딩스 관계자는 “국내 소재 중소형 태양광발전소(3㎿ 이하)를 중심으로 매입을 진행 중이다. 80㎿ 규모의 발전소를 매입해 해당 발전소를 활용해 관련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대건설과 에스케이이터닉스 합작사와의 계약을 두고 현대차그룹이 알이100 대응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에 적극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지난해 12월 기아는 현대건설과 연간 250기가와트시(GWh)의 재생에너지를 장기간에 걸쳐 조달하기로 하는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키를 잡은 곳”이라며 “그룹 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조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전력중개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그룹사를 포함해 국내 주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 각축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납품 업체에게 알이100 인증을 강하게 요구하는 때여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보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공개된 클라이밋그룹(RE100 캠페인 시작한 민간단체)의 ‘연간 RE100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알이100 가입 기업들의 전력 소비량은 약 60테라와트시(TWh)로 한국 총 전력소비량 568테라와트시(TWh)의 10%를 넘었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량 중 10%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의 9.2%(5만7780GWh)로 10%에 미치지 못한다.

외부 환경도 바뀌고 있다. 올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기존의 대형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을 구축하는 식의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발생해 온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법이다. 소규모의 분산된 에너지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해 제어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소규모 전력중개사업·수요관리사업 등이 급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미 한화솔루션, 에스케이에코플랜트, 에스케이이엔에스, 에이치디현대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 등이 앞다퉈 전력중개사업자로 등록한 상태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많이 저렴해졌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재생에너지 공급량도 부족하고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알이100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에스지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 기업에게는 미래가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SK이터닉스-글렌몬트 합작법인 글렌몬트디앤디솔라홀딩스와 현대건설이 현대건설 본사에서 태양광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박기석 SK이터닉스 경영지원실장, 차영일 현대건설 인프라투자개발실장, 정주형 글렌몬트파트너스 한국지사장. SK이터닉스 제공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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