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세자빈 사과에도 커지는 이미지 조작 파문

영국 켄싱턴궁이 공개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논란이 커지자, 켄싱턴궁이 사진 조작 논란에 사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논란은 이미지 조작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에서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을 표시한 사진. /엑스 캡처

11일(현지 시각) 켄싱턴궁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왕세자빈 명의로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처럼 나도 때때로 편집을 실험해 본다”면서 “우리가 어제 공유한 가족사진이 일으킨 혼란에 사과를 표시하고 싶다”라고 했다. 다만 사진의 어떤 곳을 어떻게 편집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앞서 켄싱턴궁은 10일 어머니의 날을 맞아 X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왕세자빈과 왕자·공주의 사진을 올렸다. 이는 지난 1월 복부 수술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왕세자빈의 모습이 두 달 만에 공개된 것이라서 주목됐다.

하지만 사진 속 일부분에서 부자연스러운 요소가 발견돼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샬럿 공주의 소매 일부가 지워진 것처럼 보이고, 치마 가장자리도 정렬이 어긋나 보이며 왕세자빈의 옷 지퍼 위치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을 포함해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사진 발행을 취소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이미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이클 그린 영국 켄트대 교수는 “(해당 사진은) 어도비의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분명한 아마추어 수준의 편집”이라고 분석했다. 딥페이크 탐지 전문가인 해니 파리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도 “이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사진 조작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며 “이 이미지가 전적으로 AI로 형성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가짜 콘텐츠와 이미지 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운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쉐타 싱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올해는 영국 총선과 미국 대선이 있어 미디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의심스러운 사진 편집 작업은 대중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고 말했다.

닉 뉴맨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번 논란은 고도의 정교한 기술 시대에 언론들이 자신들의 보도 콘텐츠를 더욱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사실상 모든 사람이 갖고 있기 때문에 출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왕세자빈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연초 복부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병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왕실은 암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만 밝혔다. 왕실에 따르면 왕세자빈은 부활절(3월31일) 이후 왕실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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