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임직원 뿔났다…“이정희 이사회 의장 사유화 안돼”
회장직 신설안 철회·의장직 사퇴 요구
지배구조 모범기업 역설적 행보에 분노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유한양행 일부 임직원은 경영 정상화를 외치며 경영진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일부 임직원은 서울 동작구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트럭시위는 오는 15일 유한양행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임직원 300여명은 십시일반 모은 모금으로 트럭 시위를 준비했다.
트럭 시위 철회 조건은 △유일링(유일한 박사 손녀딸)씨 유한재단 이사장직 재선임 △유한양행 회장·부회장 신설안 철회 △채용비리 조사·비리자 축출 △차기 전문경영인 선임 후 사퇴 △현 의장직, 재단 이사장직 사퇴 등이다.
논란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회장·부회장 신설안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 연만희 전 고문이 유일하다. 1995년 연 전 고문이 물러난 이후 30년 가까이 없었다.
대신 유한양행은 평사원 출신 부사장 중에서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왔다. 그렇기에 회장직 부활이 고 유 박사 유지와 맞지 않고, 이 의장이 회사를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의장은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직을 6년간 역임한 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 인물이다. 대부분 전임 대표이사는 임기 만료 후 회사를 떠났다.
또 이 의장의 행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아야 한다. 이사회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에 유한양행이 지난달 22일 “일부 거론되는 특정인(이정희 의장)의 회장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 의장은 유한양행 최대주주(15.92%)인 유한재단 이사도 겸하고 있다. 고 유 박사는 1936년 회사를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엄격히 분리했다.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유 박사 일가는 유한재단 일에만 관여했다.
그간 유한양행은 유한재단과 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진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유지돼 왔다. 그런데 유 박사의 유일한 친손녀인 유일링씨가 유한재단 이사회에서 빠졌다. 그 사이 유한재단 이사회는 유한양행 전·현직 직원으로 채워졌다.
전 한국은행 총재인 김중수 이사장을 포함한 10명 이사 중 6명이 유한양행 관계자다. 이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외에도 유한양행에 몸담았던 전무, 이사, 부장 등이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이 유한재단 이사회에서 고 유 박사 손녀도 내보내고,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을 하고 있다”며 “원래 기업지배구조상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하도록 권고하는데 본보기를 보여야 할 유한양행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이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직급 유연화 조치임을 강조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고 유 박사의 손녀 유일링씨는 유한재단 이사에서 유한학원 이사로 이동한 것이며, 유한재단이 유한양행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아니다”며 “이사회 의장 문제는 의장 선임 이후 관련 법규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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