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파견 13년 만에 인정…비정규 노동자 최종 승소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현대제철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3년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는 대법원에서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 2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현대제철과 용역 도급 계약을 체결한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냉연강판 등 생산 공정에서 일했다. 법원은 이들이 현대제철로부터 작업수행에 관한 지시·감독을 받았고, 현대제철이 정해주는 작업표준 등을 따르는 등 현대제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등 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일부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선 해당 노동자들의 근무 기간 동안 현대제철이 업무 지시 권한을 행사했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파기 환송했다.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법원이 현대제철 노동자들에 대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누락된 수당을 지급하라고 확정한 판결을 반영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파기 환송했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에 “현대제철 공정 전반에 대해서 파견 근로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파기환송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작업 지시 등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판결 이후 성명을 내어 “현대제철 최초의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이라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은)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기업 범죄의 피해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