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칼날 위의 삶

장윤서 기자 2024. 3. 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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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산의 정상이 아니며, 환자의 여정이 산의 정상이다."

환자의 칼을 대는 외과의사인 저자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렇게 깨닫는다.

뇌종양 연구 분야의 선구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라훌 잔디얼 박사가 쓴 신간 '칼날 위의 삶'은 그가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하며 깨달은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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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
칼날 위의 삶./심심 출판사

“수술은 산의 정상이 아니며, 환자의 여정이 산의 정상이다.”

환자의 칼을 대는 외과의사인 저자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렇게 깨닫는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수많은 형태의 죽음을 만난다. 20여 년간 1만5000명 이상의 환자를 만나고 4000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해온 저자는 뇌를 수술하는 일은 곧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뇌종양 연구 분야의 선구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라훌 잔디얼 박사가 쓴 신간 ‘칼날 위의 삶’은 그가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하며 깨달은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이 책은 악성 암 환자들의 몸속과 뇌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 의사가 눈물로 쓴 환자를 향한 존경과 애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에서 저자는 치열한 수술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은 이야기와 그들에게 배운 교훈을 담아냈다. 아들의 졸업식을 보고 싶어 몇 달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40대 여성, 뇌사로 사망 선고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19세 소년 등 사연은 다양하다. 예컨대 저자가 치료한 한 환자는 몇십 년간 여러 번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며 생명을 연장해오다, 결국 노년에 접어든 후 뇌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꺼풀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인 ‘감금증후군’에 빠진다.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된 환자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환자는 평온하게 사는 것을 택한 것이다.

책에서는 말기 암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암 연구에 본인의 종양을 사용하라는 뜻을 밝힌 환자,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가족의 장기를 다른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기증하는 사례 등도 나온다. 저자는 그 눈물겨운 과정을 함께하며 환자가 어떤 마음으로 병과 죽음을 대하는지 살펴본다.

신경외과는 메스가 단 몇 밀리미터만 어긋나도 환자가 영구적인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분야다. 신경외과 의사는 민감한 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아주 작은 오차도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수술한다. 1초의 판단 차이가 환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현장에서 외과 의사에게는 정확한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응급실에서 상급자가 없는 상황에서 외상 개두술을 감행하거나, 암이 목과 머리로 전이돼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수술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으로 강도가 높은 수술을 이어나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지, 유능한 의사의 조건은 무엇일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때로는 수술 실패에서 온 트라우마를 떠올리기도 한다.

책에는 마지막 목차에서는 ‘환자들이 가르쳐준 인생의 태도’에 대해 거론한다. 저자의 삶의 깨달음의 대부분은 환자에게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에게서 진실한 삶을 향한 태도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곧 고통스러운 상황을 돌파할 자신만의 방법을 조금씩 찾아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각종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뇌와 관련된 각종 지식에서 답을 찾아간다. 그는 “이들은 죽어간다는 사실에 눈이 머는 대신, 진정한 삶의 우선순위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인생에 방해가 되었던 부차적인 것들은 옆으로 제친다”고 술회한다.

라훌 잔디얼 지음ㅣ정지호 옮김ㅣ심심ㅣ300쪽ㅣ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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