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방치된 가락시장 32m 정수탑, ‘비의 장막’으로 재탄생

마리나 베이 샌즈 ‘레인 오큘러스’ 만든
네드 칸 ‘비의 장막’ 제안해 선정

방치되고 있는 가락시장 정수탑이 오는 6월 네드 칸의 설치예술작품 '비의 장막'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

38년 전 지어져 사용되다가 20년간 가동되지 않았던 서울송파구 가락시장 정수탑이 세계적 예술가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정수탑 내부는 시민들이 직접 만둔 미술작품들로 채워진다.

서울시는 12일 가락시장 사거리에 있는 높이 32m의 깔때기 모양 정수탑이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네드 칸의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바뀌어 오는 6월 공개된다고 밝혔다.

가락시장 정수탑은 1986년 지어졌다. 지하수를 저장해 시장에 물을 공급했으나, 2004년 물 공급 방식이 바뀌면서 폐쇄됐다. 현재 서울에 남은 유일한 급수탑으로 2009년 디자인 개선 후 보존 중이다.

현재 가락시장 정수탑 모습. /서울시

서울시는 가락시장 정수탑 일대를 물의 생명력을 주제로 한 ‘샘(SAM, Seoul Aqua Monument)-932′라는 이름의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샘-932′는 정수탑이 있는 지번(932번지)을 따서 지었다.

네드 칸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의 대표 조형물인 ‘레인 오큘러스’를 만들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숍스 지하 2층에 있는 실내 폭포 레인 오큘러스는 식수가 아닌 빗물을 수집해 사용한다. 이 물은 화장실 세정수와 실내 운하에 사용된다.

네드 칸은 서울시가 추진한 정수탑 국제 작품 공모에 자신의 ‘베일(Veil) 연작’인 ‘비의 장막(Rain Veil)’을 제안해 최종 선정됐다. 기후의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비의 물성을 담아 바람에 출렁이고 움직이는 장막을 덧입히는 기획이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센즈에 있는 '레인 오큘러스'. /네드 칸 홈페이지

정수탑 내부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미술작품으로 채워진다. 6월 공개되는 정수탑 내부에는 100명의 시민이 직접 만든 ‘바다의 조각’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바다 단면을 형상화한 대형 공동작품을 조성한다. 서울시는 오는 23일 개최될 ‘바다의 조각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민 100명을 13~22일 모집한다. 서울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에서 신청하면 된다. 6월 개장식과 함께 열리는 ‘가락 아트마켓’에 참여할 작가 20팀도 4월부터 모집한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가락시장 정수탑 프로젝트는 오랜 도시 유산에 공공미술을 접목해 시민에게 예술명소로 되돌려 주는 기념비적 사업”이라며 “동남권인 가락시장 정수탑을 시작으로 시내 5대 권역에 시민이 함께하는 명소를 조성해 도시 곳곳에서 공공예술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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