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랑 한을 풀립써”…이름 없는 4·3 희생자 위패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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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장 이용옥 심방의 4·3 희생자들을 위한 '혼 부르기'가 잿빛 하늘 아래 차가운 겨울비 속에 퍼져나갔다.
12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4·3 당시 숨졌으나 유해를 찾지 못하고 기록도 없어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무명신위' 위패 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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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민 바람 부는 대로, 구름 떠댕기민(떠다니면) 떠댕기는 대로 말 없는 영가님들. 4·3기념일이 되면 오랐당 돌아상 허당 보난(왔다가 돌아가고 하다 보니) 세월은 빨리도 흘러 76년 세월이 되었구나. 이제랑 한을 풀립써(이제는 한을 푸세요). 4·3 기념일에도 야코(기) 죽지 말고, 저 올레에 앉지 말앙 다른 영혼님들과 혼디 들어오랑(함께 들어와서) 자손들 촐려논거(준비한 거) 먹고…”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장 이용옥 심방의 4·3 희생자들을 위한 ‘혼 부르기’가 잿빛 하늘 아래 차가운 겨울비 속에 퍼져나갔다. 심방의 목소리는 처연했지만 흡인력이 있었고, 마치 희생자들과 대화에 참석자들이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12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4·3 당시 숨졌으나 유해를 찾지 못하고 기록도 없어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무명신위’ 위패 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제막식 행사로 열린 이 심방의 ‘혼 부르기’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제주4·3중앙위원회)가 지난 2003년 10월 펴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는 4·3 당시 2만5천∼3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주4·3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희생자 수는 1만4822명이다. 최소한 1만여명 이상을 이름없는 희생자로 보고 있다. 도가 이번 설치한 무명신위 위패 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이름없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며 공동체의 화합과 치유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위패는 3m 정도 높이의 오석 판석에 ‘4·3 희생자 무명신위’라고 적혀 있고, 위패 봉안실 왼쪽 면에 설치됐다. 위패봉안실 현황판에는 “지금까지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한 모든 희생자를 위무하는 무명신위 위패도 봉안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대한불교 조계종 관음사에서 제주불교4·4희생자추모사업회 주최로 오영훈 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신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기리는 ‘제주4·3 희생 무명씨 영가 천도 및 추모법회’를 가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제막식에서 “70여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1만이 넘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예우를 갖춰 잊힌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무명신위 위패를 만들게 됐다. 무명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격을 높이고 남은 진상규명과 정명 찾기, 정의로운 해결을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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