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급한가?' 축구협회, 황선홍 감독, 이강인 모두 '소탐대실'하고 있어...'축구로 사죄'보다 절차가 우선

강해영 2024. 3. 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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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과 이강인
홍준표 대구 시장이 '하극상' 논란을 일으킨 이강인의 대표팀 선발에 당분간 국가대표 경기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용서할 줄 몰라서 그랬을까?

지금 우리는 일개 구단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태극 마크를 단 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게를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아무나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옛날에는 인터넷이 없어서 전세계인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알 수 있다.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욱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 제1항 제6호와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 제14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하는 경우' 징계를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7년 부산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이회택은 당시 최정민 감독이 하프타임에 교체를 지시하자 축구화를 라커룸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나가버렸다. 항명이었다. 이회택은 즉시 대표팀에서 방출됐고 이란전은 그의 마지막 A매치가 됐다. 이회택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때 농구대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해 술집에서 음주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은 전패를 당하며 참가 12개팀 중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대한농구협회는 허재, 최인선 감독에게 각각 6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김남기 코치와 정재근은 각각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상민과 현주엽에게도 각각 근신 3개월의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대한체육회 소관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KBO는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술을 마신 대표팀 선수 3명을 징계했다.

당시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은 대회 기간 숙소 밖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KBO는 김광현에게 벌금 500만원과 사회봉사 80시간을, NC 이용찬과 두산 정철원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사회봉사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처럼 대표 선수의 품위를 훼손하는 사건에는 항상 징계가 따랐다. 해당 선수들의 사과와는 별개였다.

그런데 이강인에게만은 아무런 징계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축구로 '속죄'할 기회를 주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솔로몬의 지혜'를 짜낼 필요가 없다. 축구협회가 규정에 따라 징계를 내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협회는 황 감독 뒤에 숨어버렸다.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

황 감독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은 경기장에서 풀어야 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온 국민 여론을 들끓게 한 '항명' 사건을 그저 화려한 수사로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강인이 정말 '항명'했다면 말이다.

징계란 예방을 위한 '최소한'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은 숱하게 발생했다.

팬들에 대한 사과와 축구로 면죄부를 받게 해주면 향후에도 '축구로 속죄' 운운하며 넘어갈 수 있다. 징계라도 있으니 그나마 덜 한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의 자유방임주의의 비극을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강인을 완전히 대표팀에서 배제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는 최소한 10년간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고 갈 재목이다.

그렇다해도 아무런 징계없이 사과만으로 덮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황 감독에게는 눈앞에 있는 승리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절차다.

이강인 없이는 태국을 이기지 못하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사임하라. 대표팀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다.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승리하는 것이 감독이 해야 한 의무다.

이강인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면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로 대표팀 제외를 정중하게 요청했어야 했다.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잘못이라는 '대세'를 반전시킬 수 없는 분위기라면 지금이라도 대표팀 제외를 요청하는 게 맞다.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황 감독, 이강인 모두 '소탐대실'하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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