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야구중계로 쿠팡플레이 잡을까

김동훈 2024. 3. 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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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중계…1000만 MAU 목표
"서비스 만족도 높여 수익성도 개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이 오는 23일부터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정규 시즌 생중계에 나서면서 실적 개선에 본격 돌입한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프로야구 시청자를 OTT로 유입시켜 광고 상품과 연계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스포츠 중계 투자를 강화하면서 국내 OTT 시장 2위로 올라선 쿠팡플레이도 티빙이 추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OTT 야구중계 시대 열까

티빙은 12일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바일·태블릿·PC·TV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시청 가능한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디지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 요소를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티빙은 이달 초 KBO와 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규모는 연간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KBO 리그 정식 중계에 돌입한다. 티빙은 이번 계약을 통해 뉴미디어 분야 KBO 리그 전 경기 및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주문형비디오) 스트리밍, 재판매 사업 권리를 오는 2026년까지 보유한다.

이번 위해 티빙은 'KBO 스페셜관'을 통해 프로야구 생중계·하이라이트 시청까지 원클릭으로 진입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시청 환경을 돕는 기능을 대거 탑재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내가 응원하는 구단을 '마이팀'으로 구독하면 주요 경기를 앱 푸시 형태로 알 수 있는 기능도 설정 가능하다. 대진 일정, 전력, 득점 등 다양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PIP'(화면 속 화면) 기능도 적용했다. 최저가 요금제인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의 경우 실시간 라이브 채널에 한해 PIP 기능 이용이 가능하다. 다른 앱을 이용하면서도 야구경기를 동시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득점 장면 모아보기를 제공하는 '타임머신'뿐 아니라 하루 4개 경기를 동시에 보는 멀티뷰, 중계 사운드만 청취할 수 있는 오디오 모드, 최대 50만명까지 접속 가능한 단체 채팅, 문자 그래픽 중계, 투구카율 예측 서비스 등 새로운 시청 경험을 확대할 방침이다.

티빙은 일반인들이 경기장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해 개인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업로드 하는 것을 저작권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고, 40초 미만의 쇼츠(짧은) 영상도 일반인이 가공해 SNS를 통해 공유하는 놀이 문화를 권장하기로 했다. 티빙 자체적으로는 연간 1만6000개 이상의 클립 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용자 만족 우선…"선순환 구조 만들 것"

티빙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스포츠 팬덤을 토대로 유료 가입자 유입과 트래픽 발생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에서 비롯했다. 쿠팡플레이도 스포츠 중계에 집중하면서 MAU(월평균사용자) 기준 국내 2위 OTT 사업자로 떠오른 바 있다.

티빙은 더 나아가 이같은 트래픽을 광고 모델과 결합해 수익성을 높이고 이를 콘텐츠 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티빙은 이달 초 광고요금제를 선보였다.

다른 OTT도 스포츠 중계를 통한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약 6조7000억원을 투자해 월드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프로그램 'RAW'를 내년부터 10년간 독점 중계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4년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독점 중계할 계획이다. 쿠팡의 경우 아시안컵, K리그,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등 축구 중계도 해왔다.

메조미디어는 "OTT 업계가 팬데믹 기간 동안 증가한 콘텐츠 제작비 부담을 낮추고, 팬층이 두터운 스포츠 시청자의 신규 유입, 락인(가두기)을 위한 전략으로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비용은 크지만 흥행이 보장되진 않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비해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과 시청률이 보장된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서비스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시청자의 불만을 사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경우다. 실제로 티빙은 지난 9일 시범 경기 중계에서 주자 '세이프'를 '세이브'로 표기하는 등 어이없는 자막 실수를 연거푸 송출해 야구팬들의 원성을 샀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저도 20년 야구팬으로서 이번에 벌어진 실수에 대해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고, 무료 서비스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빠르게 검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화해서 앞으로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야구팬에게는 심화된 재미를 누릴 수 있게 하고, 기존 티빙 유저에는 새로운 스포츠 콘텐츠를 소개하게 되면 연말까지 1000만 트래픽(MAU)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금 회수보다는 서비스 만족도 제고를 우선으로 보고 있으나, 이런 트래픽을 토대로 광고 수익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를 통해 콘텐츠에 지속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OTT '웨이브'와 합병 추진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지난해 말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스테이크홀더(주주)가 다양하고 많아 합의점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티빙은 CJ ENM과 네이버·에스엘엘중앙·KT스튜디오지니, 웨이브의 경우 SK스퀘어와 지상파3사(KBS·MBC·SBS)가 주요주주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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