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투자해도 배상금 안 깎이는 홍콩 ELS '투자자 자기책임 훼손' 논란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2024. 3.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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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기준안에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 20회까지 재투자한 경우도 배상비율이 깎이지 않는데다 과거 DLF(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는 80대 치매노인에게도 20%의 투자자 자기책임을 적용했으나 이번 배상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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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재투자자 배상비율(감액),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금융투자상품 경험 배상비율(감액)/그래픽=이지혜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기준안에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 20회까지 재투자한 경우도 배상비율이 깎이지 않는데다 과거 DLF(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는 80대 치매노인에게도 20%의 투자자 자기책임을 적용했으나 이번 배상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DLF는 3회 초과시 배상금 차감 vs 홍콩 ELS는 20회 초과돼야 깎여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홍콩 ELS 재투자자는 전체 계좌의 약 93.3%에 이른다. 10명 중 9명은 홍콩 ELS 상품에 재투자 한 셈이다. 이에 따라 홍콩 ELS 판매사들은 그동안 "투자자 대부분이 재투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손실 배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펴 왔다.

하지만 전날 금감원은 최대 20회까지는 재투자라도 배상비율을 차감하지 않는 원칙을 제시했다. 횟수별로 21회~30회는 2%포인트, 31회~40회는 5%포인트, 41회~50회는 7%포인트, 51회 이상은 10%포인트 차감된다. 만약 과거에 상환 경험이 있거나 손실 경험이 있는 경우 5~15% 추가로 배상비율이 낮아진다.

이는 2019년 DLF 배상안과는 다르다. DLF는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3회만 넘어도 5%포인트가 차감했다. 10회 초과 또는 파생상품 손실경험시 10%포인트가 깎였다. 홍콩 ELS와 비교해 볼 때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더 강하게 반영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콩 ELS 재투자 가운데 최대 투자 횟수는 660회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균 투자 횟수는 10~20회 가량이다. 다른 상품 대비 재투자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ELS 상품 구조와 쪼개기 가입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홍콩 ELS는 만기가 3년 가량이지만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4~6개월 마다 조기상환된다. 만약 1억5000만원을 5000만원씩 3계좌에 나눠 투자했다면 3년 동안 6개월마다 조기상환시 총 18회 재투자를 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같은 상품 특성을 반영해 20회까지는 배상비율을 차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치매 노인에도 20% 자기책임 물은 DLF vs 홍콩 ELS는 일괄적인 투자자 책임비율 빠져
홍콩 ELS 배상안에 투자자 자기책임 비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DLF 때는 모든 투자자에게 기본적으로 20%의 자기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80대 치매노인도 100% 배상을 받지 못하고 80%만 받았다. 하지만 홍콩 ELS의 경우는 일괄적으로 이 같은 비율을 적용하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 100% 배상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을 보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며 "투자자나, 투자 안 한 사람 입장에서나 모두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양측의 이익을 나름대로 조화롭게 하려고 고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투자금액이 계좌당 평균 5000만원 수준인 것도 홍콩 ELS의 특징 중 하나다. 고객들이 ELS를 예금자보호 상품으로 오해해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씩 분산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은행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투자금을 나눠 '쪼개기' 가입을 유도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다만 은행들은 "신탁보수를 계좌 숫자가 아닌 투자금 기준으로 약 1% 받았다"고 반론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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