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으면 네 앞길 막아”…청년 노동자 울린 회사들

임금체불 적발된 회사 46곳

게티이미지뱅크

청년들에게 일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법정 한도를 초과한 야근을 시키고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한 회사들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청년들이 선호하고 많이 근무하는 정보기술(IT)·플랫폼·게임 등 정보통신업과 전문 연구개발 업종 60곳을 대상으로 집중 기획감독을 한 결과, 58곳에서 238건의 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독 결과를 보면, 일한 만큼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법정 기준보다 연차휴가를 적게 주는 방식으로 수당을 떼어 먹는 등 임금체불이 적발된 회사는 46곳(중복 집계)으로, 피해 규모는 14억2300만원(노동자 3162명)에 달했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는 인센티브를 줬다는 이유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연차수당 2200만여 원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이 회사가 체불 임금 청산 의지가 없다고 보고 사법 처리에 나섰다.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거나 실제 근로시간과는 달리 회사 근무기록에 법정한도까지만 연장근로를 입력토록 해 임금체불과 함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회사도 12곳 적발됐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회사는 새 게임을 런칭한단 이유로 이 시기에 32회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7개 업체에선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례가 적발됐다. 한 게임소프트웨어 회사에선 팀장이 여직원에게 “짧은 치마 입지 말랬지”, “화장해서 예뻐 보인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고, 한 공공연구기관에선 연구센터장이 무기계약직 직원에게 “마음만 먹으면 네 앞길 막을 수 있다”는 등 지속해서 폭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밖에 기간제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38곳)하거나 임금명세서에 필수기재 사항을 누락(27곳)하는 등 기초 노동질서 위반사항도 다수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토대로 오는 29일까지 2주간 규모가 작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청년 휴식권 보호를 위한 현장 예방점검의 날을 집중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