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홍콩ELS 무리한 실적 경쟁 조장 드러나”

이주빈 기자 2024. 3.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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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하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각 은행 영업점에 적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지목된 가운데, 은행별로 무리한 판매실적 경쟁을 조장한 내역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ㄱ은행은 녹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홍콩 H지수가 하락하더라도 판매당시 ELS 수익률(쿠폰)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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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KB)국민은행은 2024년 상반기 핵심평가지표에서 낙인이 발생 이엘에스 계좌를 실적 산출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최근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하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각 은행 영업점에 적용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지목된 가운데, 은행별로 무리한 판매실적 경쟁을 조장한 내역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은행마다 성과지표를 고위험 이엘에스 상품판매에 유리하도록 설계해 무리한 영업을 적극 유인한 것이다.

12일 최종윤 의원실이 케이비(KB)국민은행에서 받은 ‘핵심성과지표의 홍콩ELS 평가 비중’을 보면, 홍콩ELS 관련 실적은 5개 이상 지표에 반영됐다. △핵심고객 가치증대(1억원 이상 개인고객 증감 실적) △고객 운용자산(AUM)(저축성예금·펀드·신탁·방카슈랑스 등)의 증감실적 목표 달성률 △개인고객 가치증대(개인고객의 예금·펀드·신탁·방카슈랑스·카드 등) 신규실적 목표 달성률 △신규·시너지이익(펀드·방카슈랑스·신탁·카드·주택기금·파생·외환 등 비이자수익) 목표 달성 등이다. 통상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을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하는터라 홍콩H지수 ELS는 신탁에 포함된다.

케이비국민은행 2021년 상반기 핵심평가지표에서 홍콩ELS 관련 득점(전국 영업점 평균)을 살펴보면, 만점(950점)의 1.33%인 12.64점으로 나타났다. 핵심성과지표는 지역본부(PG)끼리 상대평가를 하므로 통상 1점 차이도 큰 편이다. 이 지표는 직원의 승진이나 성과급에도 영향을 준다. 해당 득점은 2022년 상반기 1.17%(만점 950점, 득점 11.08점), 2023년 상반기 1.15%(만점 980점, 득점 11.30점)로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홍콩ELS 판매 실적과 같은 추이다.

특히 올해들어 원금 손실이 확정된 홍콩ELS가 팔렸던 2021년 상반기에는 예금금리가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ELS 등 자산관리 상품을 판매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정기예금(1년)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이율 0.94~1.06% 수준이었다.

홍콩ELS로의 판매 쏠림을 막는 기준도 미흡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의 상품 분산 세부평가기준을 보면, 지역본부에서는 포트폴리오에서 홍콩ELS 같은 상품을 최대 60%까지 담아도 감점이 없었다. 70% 초과일 때 2점 감점, 60% 초과~70% 이하일 때 1점을 감점할 뿐이었다.

고객 포트폴리오를 덜 위험한 쪽으로 구성하도록 핵심성과지표가 개선하라는 여론이 잇따르자 케이비국민은행은 개선된 핵심성과지표를 내놨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이비국민은행에서 받은 2024년 상반기 핵심성과지표를 보면, 국민은행은 60%였던 무감점 기준을 20%로 낮췄다. 20% 초과~40% 이하일 때는 3~10점 감점, 40% 초과시 10점 감점하도록 했다. 아울러 ‘핵심고객 가치증대’ 항목에서는 2023년말 기준 녹인(원금 손실 구간 진입)이 발생한 ELS 계좌를 실적 산출에서 제외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앞서 11일 금감원은 “은행이 ELS 상품 판매실적을 성과평가 시 가중 반영해 무리한 실적 경쟁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ㄱ은행은 녹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홍콩 H지수가 하락하더라도 판매당시 ELS 수익률(쿠폰)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로 인정했다. ㄴ은행은 고위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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