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네타냐후 정치생명 위태로워···퇴진 후 온건 정부 출범 예상”
미국 정보당국이 5개월 넘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1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과 안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추구하는 극우, 초정통파 정당들과의 연립정부뿐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의 지도자로서의 생존 능력도 위태로운 처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통치 능력에 대한 불신은 전쟁 전부터 높은 수준이었으며, (전쟁 이후) 대중 전반에 심화하고 확산했다”며 “앞으로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퇴진한다면 더 온건한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전쟁이 5개월을 넘긴 가운데 이스라엘에선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와 인질 석방 지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판 여론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드당의 지지율은 급락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 이상(53%)이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여기에 5개월 넘게 이어진 고강도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다량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미국 정부조차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여러 차례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직격했고, 이튿날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의 발언은 틀렸다”고 반박하는 등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DNI는 이스라엘이 고강도 작전에도 전쟁의 최종 목표인 ‘하마스 궤멸’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되는 하마스의 무력 저항에 직면하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들의 지하 기반시설을 무력화하는 데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계획이 없고,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할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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