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파견' 첫 인정…비정규직 12년8개월 만에 최종 승소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161명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1·2심 "근로자파견관계 있어…고용 의사 표시해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현대제철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현대제철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2년 8개월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퇴직자 임금과 연장근로 산정 관련 부분은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161명은 옛 현대하이스코(현 현대제철)가 불법파견을 저질렀다며 2011년 7월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2016년 1심과 2019년 2심은 모두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원고들은 피고 협력업체를 비롯한 각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 회사의 사업장에서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생산통합관리시스템(MES)의 기능이 단순 도급 업무의 발주와 검수에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을 지시·관리하는 측면이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입사일로부터 2년을 초과해 순천공장에 계속 근무했으므로 피고 회사는 파견근로를 개시한 입사일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2심은 이에 더해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가 고용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했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판결이 나온 만큼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노동 및 부당노동행위를 사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순천공장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은 총 5건으로 이번 소송은 1차 소송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법원 판결과 별개로 2021년 2월 현대제철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