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홍콩 ELS' 판매 결정에 은행 이사회는 "특이사항 없음"

이병권 기자, 김남이 기자 2024. 3. 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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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손실을 내는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등을 결정한 비예금상품위원회(이하 비예금상품위)의 보고에 주요 은행 사외이사들이 '특이사항 없음'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승인'을 비예금상품위에 위임하고, 결정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비예금상품위는 홍콩 ELS 판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비예금상품위는 상품구조·상품손실위험성 등을 고려해 판매여부·판매고객·판매한도 등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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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금감원)이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 현장검사 결과 은행권이 비예금상품위원회(비예금상품위)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발표했다. 비예금상품위의 활동내용을 보고받는 은행권 이사회도 보고마다 '의견 없음'을 제시해 거수기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사진=뉴스1


막대한 손실을 내는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등을 결정한 비예금상품위원회(이하 비예금상품위)의 보고에 주요 은행 사외이사들이 '특이사항 없음'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비예금상품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불완전판매 환경이 조성됐다고 봤다.

12일 은행권이 공시한 연도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이사회에서 '비예금상품위 운영결과 보고'에 특별한 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1건도 없다. 손실률이 50%가 넘는 홍콩 ELS를 판매한 2021년도 마찬가지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대 은행의 이사회에서 비예금상품위 운영이 보고된 횟수는 △신한은행 11회 △KB국민은행 10회 △하나은행 5회 △NH농협은행 5회 △우리은행 3회다. 총 34번의 운영 보고에 사외이사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 '의견없음' 등으로 일관했다.

은행권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승인'을 비예금상품위에 위임하고, 결정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사실상 내부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2021년 판매한 홍콩 ELS는 올해 추정 손실금액이 5조8000억원에 이른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서 은행권은 투자자에게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예금상품위는 홍콩 ELS 판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비예금상품위는 상품구조·상품손실위험성 등을 고려해 판매여부·판매고객·판매한도 등을 심의한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 이후 은행권이 금융감독원과 후속조치로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이하 모범규준)'을 제정하면서 은행권에 도입됐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권이 비예금상품위를 형식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상품심의를 포괄적으로 승인하고 실제 개별 상품선정은 권한이 없는 실무 담당자가 결정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위험도 중간등급 이상(1~3등급) 고난도 상품은 위원회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위험도 최고 1등급에 해당한다.

또 비예금상품위가 기초자산 안정성 점검과 모니터링 등 사후조치도 실시하지 않았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비예금상품위는 상품별 판매현황 및 손익·민원발생·시장 상황 변동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판매중단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사후조치를 미실시한 판매사들이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에 소홀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예금상품위원회의 형식적 운영은 은행의 배상 비율 중 공통 가중사항인 내부통제부실(10% 가중)과 연결된다"며 "비예금상품위가 포괄적 승인을 해놓고 관리하지 않는 등 적절한 통제와 감독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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