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갈등 NO”..‘아빠하고 나하고’, 백일섭→이승연 마음 움직인 진심(인터뷰 종합) [단독]
[OSEN=김나연 기자]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피를 나눈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표현하지 못하고 점차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부모 또는 자녀와의 다툼은 타인에게 쉽게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탓에 겉에 드러내지 못하고 홀로 속앓이하고, ‘내가 이상한 건가’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아빠하고 나하고’는 우리네 가족과 다를 바 없는 스타 부녀, 부자들의 솔직한 갈등을 담아내며 세상 모든 부모와 자녀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TV조선 스튜디오에서는 ‘아빠하고 나하고’ 이승훈CP와 심은하 작가가 OSEN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세상 누구보다 가깝지만 때론 세상 누구보다 멀게만 느껴지는 ‘아빠와 나’가 가슴속 앙금을 털어놓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은 이승훈 CP는 그 계기를 묻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심은하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조선의 사랑꾼’에 이용식 부녀가 출연했지 않나. 딸이 아빠 얘기만 나오면 울고 아빠도 딸만 보면 울컥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관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심은하 작가는 그간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자기야-백년손님’, ‘살림하는 남자들’ 등 가족 예능프로그램을 자주 만들어 왔다. 이에 모두가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음과 더불어 TV조선이라는 채널의 색과 가장 잘 맞는 키워드가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엄마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뤘지만, 아빠와 자녀 관계는 그렇지 않다. 흔히 아빠는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지 않나. 그래서 그 이야기를 담아보자고 했고, ‘아빠하고 나하고’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섭외 과정에서 말수가 없는 아버지들을 보며 걱정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승훈 CP는 “우리의 이야기랑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마다 소소한 갈등부터 사연 없는 집이 없지 않나. ‘아빠하고 나하고’는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그대로 담고, 소통이 없으면 오해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누구든 출연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출연진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부모, 자식과의 뿌리 깊은 갈등을 방송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출연진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간단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 이승훈 CP는 “처음엔 당연히 안 한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기획한 방향을 충분히 설명 드린다. 또 방송을 보면 출연하신 분들이 모두 관계가 조금씩 앞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 그걸 보면서 마음이 바뀌고, 다른 출연자분들도 ‘한번 해볼까’ 하고 말씀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백일섭 선생님도 파일럿에 게스트로 나오셨다가 이승연 부녀의 모습을 보고 출연을 결심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심은하 작가는 “너무 대단한 사람보다 평범하고 소소한, 누구에게나 있음 직한 내용만 다룬다. 밥 한 끼 같이 먹고, 거리를 걷고, 옷 한 벌 사드리고. 그런 사소한 경험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그걸 보면서 다른 출연진들도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지만, 어떤 가족에게는 선뜻 말을 꺼내기 힘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평소에는 못한 경험을 하고, 이는 결국 서로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승훈 CP는 “막상 보면 부모자식 간에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인터뷰를 할 때 따로 질문을 하지 않고, 둘만 두고 카메라로 찍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토크쇼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좀 더 스킨십이 생기고, 나중에는 서로 너무 좋아하더라”라고 전했다.
물론 관계가 진전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기만 할 수는 없다. 실제 7년간 절연한 딸과 재회한 백일섭은 방송 후 “나쁜 아빠가 됐다”는 고충을 전하기도 했던 바. 특히 촬영분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까지 딜레이가 있는 만큼 이미 화해를 했지만, 아직 그 모습이 방송에 나오지 않아 오해를 받는 과정에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이승훈 CP는 “처음에는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 딸은 아빠와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얼굴이 폈는데, 선생님은 방송에 본이 이야기가 나가는 게 부담이 되셨나 보다.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었고 나쁜 아빠임을 인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힘들어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촬영을 통한 만남을 거듭하며 딸과의 관계가 가까워졌고, 점차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이승훈 CP는 “한달 전보다 지금 또 표정이 더 좋아지셨다. 따님과 얘기할 게 많아지고 관계가 풀리니 좋아하시더라. 그전에는 혼자 있는 게 편하지만 외로움이 있었는데, 딸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외로움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층 편안해진 모습을 전했다.
특히 이승연은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 처음으로 가정사를 털어놓기도 했다. 심은하 작가는 “정말 어려운 걸 해 주셨다. 처음 만났을 때도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길러준 엄마를 보살피고, 친엄마와 중간조율을 힘들지만 뜨겁게 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승훈 CP는 “부녀 관계를 개선하려면 그 관계의 근원과 직면해야 한다. 다들 회피하다가 이승연 씨가 먼저 직면했고, 아버지와 만나서 관계가 개선 됐다. 그 과정을 보며 모든 딸들이 ‘우리 집에도 저런 아버지가 있다’고 공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백일섭 부녀의 이야기는 많은 아버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승훈 CP는 “처음에는 타겟을 딸로 잡았다. 40대 여자들을 타겟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딸이 공감하면 아버지도 공감할 수 있는 거더라. 아버지들이 꼭 봐야 되는 방송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보통 마음은 있는데 표현은 못하고 무뚝뚝하지 않나. 그런데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다보면 표현 할 수밖에 없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공감하면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갈등을 찾아내 부각시키거나, 거짓 연출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별도의 개입이나 가공 없이 출연진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음으로써 이들의 감정이 최대한 왜곡되지 않고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빠하고 나하고’ 제작진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연출이 없는 것이 연출인 셈.
이승훈 CP는 “저희는 감정의 깊이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와 딸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자막도 안 넣는다. 자막을 쓴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의도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지 않나. 그것 보다는 딸의 감정, 아버지의 감정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표정을 위주로 담고 있다. 우리가 규정짓지 않은 감정을 보시는 분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분들의 생각이 실제는 이런 데 다른 쪽인 것처럼 나가면 안 되니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청자들이 ‘아빠하고 나하고’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봐주셨으면’ 까지는 아니고, 다들 저렇게 살고 있고 나랑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아버지랑 자녀의 사이가 소원한 것도 우리가 사는 과정이고, 뭐가 좋고 나쁘고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집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심은하 작가는 “4개월 동안 ‘아빠하고 나하고’를 했지만, 저희가 배우는 게 더 많다.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이라도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건 좋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고마우면 고맙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이승훈 CP 역시 “가족이라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가족이라 더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표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MC를 맡은 전현무도 ‘아빠하고 나하고’를 하며 “녹화 날마다 아버지에게 늘 안부 전화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심은하 작가는 “전현무 씨와 프로그램을 네 번째 같이 하는데, 그동안 아버지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 없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아빠하고 나하고’ 녹화장에서 매번 울지 않으려고 쩔쩔맨다. 가족 예능을 만들면서 ‘이거 보고 부모님께 전화하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그걸 보는 본인의 마음이 움직이면 그렇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하고 나하고’는 오래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깨닫는 데는 다 자기만의 때가 있지 않나. 방송을 오래 할수록 더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비춰지고, ‘우리집 같다’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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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조선, OSEN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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