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긱워커 보호' 세계 최초 법적 지침 마련
"EU 내 2850만명 긱워커 근로조건 개선"
독·프 등 주요국 제동…초안보다 완화
유럽의회 승인 시 2년 내 시행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유럽연합(EU)에서 차량호출이나 배달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 임시 계약 노동자인 ‘긱워커’ 보호를 위한 첫 법적 지침이 나왔다. 초안보다 완화된 형태긴 하지만, 전면 무산 위기에서 벗어나 긱워커가 EU 내에서 법적 근로자 지위를 누리는 세계 최초 법적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EU는 평가했다.
EU 장관들은 고용 계약이 아닌 배달 등 단기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에서 일하는 2850만명 이상의 EU 내 긱워커의 권리와 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니콜라스 슈미트 EU 일자리 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에서 “긱워커들에게 중요한 진전을 보인 날”이라며 “새로운 EU 지침은 플랫폼의 발전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플랫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가 2021년 처음으로 초안을 마련해 추진된 이 플랫폼 근로 지침은 그간 자영업자로 분류됐던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의 ‘피고용인’ 지위를 인정해 병가나 유급휴가, 실업 수당 수령 등 정규직 직원들과 비슷한 근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고안됐다. 우버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확장하는 가운데 긱워커의 고용 권리를 명확히 하기 위한 EU의 오랜 노력에 따라 마련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앞으로 이 지침에 따라 EU 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근로자를 관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긱워커와 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EU 장관들은 “이번 합의로 노동자들에게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지 않을 권리와 인공지능에 의해 고용권이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는 미래지향적인 고용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우버 내부 고발자인 마크 맥간은 가디언에 “EU 전역에 있는 수백만명의 플랫폼 근로자들은 정부가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인정하길 거의 10년을 기다려왔다”며 “이 지침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승인된 최종안은 초안보다 완화됐다. △플랫폼이 근로자를 상대로 보수를 결정하고 △유니폼과 같은 외모·품행 기준을 제시하며 △업무 실적을 감독하고 △업무 시간을 강제하며 △제3자를 위해 일할 가능성을 차단하는지 등 EU가 정한 다섯 가지 고용주 해당 요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앱을 ‘고용주’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폐기됐다. 대신 피고용인 분류 기준은 각국이 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국내법과 단체협약 및 판례법이 근로자 여부를 결정하게 돼 사실상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우버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EU는 플랫폼 근로자의 지위를 국가마다, 법원마다 계속 결정되는 현 상태 유지에 투표한 것”이라며 “이제 EU 국가들이 플랫폼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마땅히 보호받을 수 있는 국내법을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플랫폼 근로 지침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와 유럽의회, 집행위 간 3자 협상이 타결된 이후 프랑스는 반대하고 독일은 기권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노동법과 충돌, 산업 위축 등을 이유로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이들 회원국은 의장국 벨기에의 타협안 수정안 제시에도 계속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가 이날 장관회의에서 에스토니아와 그리스가 막판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 지침은 EU 입법 종류의 한 형태로 유럽의회에서 승인하면 발효가 확정된다. 각 회원국은 지침 발효 2년 이내에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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