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수에 왜 일본 후지산이"... '민족주의 음모론'에 친일파 몰린 생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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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갑부 중산산 회장이 이끄는 중국 최대 음료 기업 농푸산취안(농푸스프링)이 난데없이 '친(親)일본' 기업으로 몰려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농푸산취안의 녹차 제품 포장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중 회장이 직접 나서 "중국 전통 사원을 본떠 그린 창작물"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중국인들은 오히려 다른 제품 포장까지 문제 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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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산 회장 아들 미국 국적 취득 의혹도
중국 최고 갑부 중산산 회장이 이끄는 중국 최대 음료 기업 농푸산취안(농푸스프링)이 난데없이 '친(親)일본' 기업으로 몰려 뭇매를 맞고 있다. "제품 포장 곳곳에 친일의 흔적들이 숨어 있었다"는 민족주의에 기반한 음모론이 확산하면서다.
12일 홍콩 명보와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농푸산취안 불매 운동'이 급격히 확산 중이다. 온라인에선 이 회사에서 생산한 각종 음료를 변기에 쏟아붓는 퍼포먼스가 유행 중이며, 장쑤성 등 일부 지역 편의점에서는 성명을 내고 농푸산취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농푸산취안의 녹차 제품 포장을 지적하고 있다. 용기 겉면에 인쇄된 건물 그림이 '일본의 사찰'을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중 회장이 직접 나서 "중국 전통 사원을 본떠 그린 창작물"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중국인들은 오히려 다른 제품 포장까지 문제 삼기 시작했다. 농푸산취안의 대표 제품인 생수병의 빨간색 뚜껑은 사실 일본 욱일기 색깔을 차용한 것이며, 포장지에 그려진 산도 일본 후지산을 그린 것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트집이다. 실제 이 같은 논란으로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말 44.4위안에서 이달 들어 42위안까지 떨어졌다.
중 회장은 2위안(약 380원)짜리 생수를 팔아 갑부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중국에선 '생수왕'이라고 불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의 자산은 624억 달러(약 83조2,000억 원)로, 중국 1위인 동시에 세계 20위를 차지했다.
존경받는 기업가였던 그가 한순간에 친일 기업가로 몰리게 된 데는 농푸산취안의 경쟁사인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 회장 사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 회장은 1990년대 쭝 회장 밑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쭝 회장이 지난달 사망하자, "중산산의 성공은 은인 격인 쭝칭허우 회장을 배신한 덕"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여기에 더해 중 회장의 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친일 논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중화권 언론들은 분석했다.
억측이 이어지자 중국 내에서도 자중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우더원 저장성 중소기업협회장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게 가장 무서운 행동"이라며 "냉정을 찾고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맹목적 애국주의가 국익에 더 큰 해를 끼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친일 기업 몰아가기' 행동에 대한 자중을 당부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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