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그 자체'였다, '1회 실점→KKK 4이닝 1실점 관록투'... 화력폭발 한화, KIA에 강우콜드 9-1 대승 [대전 현장리뷰]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구를 뿌리며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한화는 장단 6안타(1홈런) 8볼넷을 묶어 8회초 9-1 강우콜드 대승을 거뒀다.
류현진의 KBO리그 시범경기 등판은 2012년 3월 31일 KIA전 이후 12년, 날짜로는 4364일만이다. 공식전 기준으로는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4177일만이었다.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을 맺고 초특급 스타의 귀환을 알린 류현진은 3차례 연습 투구를 마친 뒤 지난 7일 청백전에서 3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 호투한 뒤 이날 등판을 기다렸다.
전날부터 예고된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졌지만 경기 시작을 앞두고 비구름이 걷히며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을 안도케 했다. 이날은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개방좌석 6600여 석 중 3500석이 들어찼다.
KIA는 박찬호(유격수)-이우성(1루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한준수(포수)-최원준(중견수)로 타순을 짰다. 이범호 감독은 전날 "시즌 때 나갈 선수들이 (류현진의 공을) 한 번 쳐봐야 한다. 10년 동안 안 쳐봤던 공이다보니 내일은 다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워낙 마운드에 서 있을 때 팀 선수들에게 주는 영향력도 굉장히 좋은 투수다. 쉽게 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타자들이 류현진 선수가 던지는 공 자체가 어떻게 날아오고 구질에 대해서 체크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우리에겐 가장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류현진과 양현종의 좌완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양현종의 갑작스런 배탈 증세로 인해 무산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양현종이) 원래 오늘 던지는 타이밍인데 배탈이 나서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어제 간단히 (불펜피칭을) 시켰다"며 "한 턴을 건너뛰고 다음번에 던지게 하려고 한다. 18일(삼성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어제 20개 정도를 던졌다. 원래대로라면 그 전에 창원에서 공을 던졌어야 하는데 배탈로 안 좋다고 해서 한 번 건너뛰었는데 여기 와서도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시범경기에 굳이 무리하지 않고 건너뛰기로 했다. 다음 로테이션에 이제 들어가서 던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2루수)-김강민(중견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는데, 전날 선발에서 빠졌던 페라자와 채은성, 최재훈이 모두 복귀한 타순이었다.
최원호 감독은 "(김)강민이가 스타팅으로 나선다. 수비가 좋으면서도 상대 왼손 투수 공에 강점이 있는 김강민 선수를 한 번 생각하고 있었다"며 "우리 구장이 잠실 다음으로 좌우중간이 넓어 수비도 중요하다. 류현진이 던질 때 수비가 잘해줘야 한다. 어이없이 에러하고 이러면 기분이 확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재훈 선발에 대해서도 "재훈이도 현진이랑 배터리 호흡을 맞춘다. 시범경기 처음에 (이)재원이가 먼저 나섰고 오늘은 류현진이랑 맞추려고 최재훈을 썼다"며 "현진이가 (아직) 많이 던지질 않아서 포수들도 많이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라이브 피칭 때도 받아본 최재훈이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전을 비롯한 전국에 비 예보가 있었으나 경기 시간이 다가오며 다행히도 비구름이 걷혔다. 최원호 한화 감독에 따르면 류현진의 투구 계획은 4이닝 60~65구 정도인데 만일 이날경기가 우천취소 될 경우에 대해 묻자 최원호 감독은 "억지로 되겠나. 경기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못하면 못하는 것"이라며 "만약 못하게 되면 다시 경기 스케줄을 짜봐야 한다"고 말했다.
2번 타자 이우성에겐 110㎞ 슬로우 커브를 뿌렸다. 2구 체인지업은 이우성이 걷어냈다. 3구는 볼. 4,5,6구 연속 파울에 이어 회심의 7구 속구가 예리하게 존 하단을 향했으나 볼이 됐다. 류현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8구 시속 125㎞ 체인지업이 통타를 당했고 우익수 우측으로 향하는 2루타가 됐다.
3번 타자 김도영은 초구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류현진의 속구가 통타를 당했고 1타점 선제 적시타로 기록됐다.
그러나 더 이상 흔들림은 없었다. 나성범을 2구 만에 2루수 팝플라이로 돌려세우더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다소 아쉬운 출발이었으나 타선이 류현진을 달랬다. 한화는 1회말 최인호와 페라자의 연속 볼넷에 이어 1사 1,2루에서 노시환의 우월 역전 스리런포로 빅이닝의 시작을 알렸다. 장민기의 5구 시속 125㎞ 낮은 슬라이더를 통타, 110m짜리 우월 스리런 역전 홈런을 날렸다.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한 방이었다.
1회말 더그아웃 앞에서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던 류현진의 어깨가 식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긴 이닝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그런 걱정은 사치였다. 2회초 다시 등판해 최형우를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선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한준수의 타구가 류현진의 발에 맞고 굴절돼 내야 안타가 됐지만 최원준에게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엔 더 깔끔했다. 박찬호를 유격수 땅볼, 이우성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김도영은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삼자범퇴.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이날 류현진이 4이닝 60~65구를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49구를 던지고 다시 4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상 마지막 이닝이었다. 그럼에도 힘이 빠지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선두 타자 나성범을 1루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소크라테스에게 3구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3구는 소크라테스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완벽히 제구된 바깥쪽 공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걸 어떻게 공략하냐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이날도 공격적인 투구가 빛났다. 전체 투구 중 66%(41구)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됐다. 최고 시속 148㎞에 달한 속구는 29구를 뿌렸고 체인지업(평균 128㎞)은 12구, 커브(평균 112㎞)는 11구, 커터(평균 138㎞)는 10구로 변화구도 고르게 활용했다.
이후 팽팽한 불펜 대결이 펼쳐졌다. 한화는 한승주(1이닝)에 이어 예정된대로 문동주가 등판했다. 지난 7일 류현진과 청백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3이닝 무실점 호투한 문동주는 이날 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문동주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를 위해 팀 코리아 대표팀에 발탁돼 합류를 앞두고 컨디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KIA는 선발 장민기가 아웃카운트 2개만 잡아내고 2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7실점하며 무너졌고 이어 오른 김민주가 1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2실점하며 크게 흔들렸지만 이후 등판한 투수들은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형범(2이닝)과 이준영, 장현식, 임기영(이상 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소강상태로 진행되던 경기는 8회초 2사 후 중단됐다. 갑작스럽게 거센 비가 쏟아붓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우산을 펴들고 지붕이 있는 곳으로 대피했다. 이어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뒤 잠시 더그아웃으로 대피했다.
그라운드가 어두워졌고 라이트까지 켜졌다. 잠시 후 비가 잦아 들었지만 그라운드가 젖었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고려할 때 강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결국 8회 강우콜드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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