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취임 앞두고 긴장 감도는 양안… 中 무력시위, 대만 ‘자위권’ 강조
5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입법원(국회)에 출석한 바이훙후이(柏鴻輝) 국방부 부부장(차관)은 유엔 헌장 제51조에 따라 적의 항공기와 선박이 12해리(22.2㎞) 영해와 그 상공의 영공에 진입하면 세계 모든 국가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만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제법상 12해리는 영해와 영공을 규정하는 수역이고 24해리(44.4㎞)는 접속수역으로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영해·영공에 적의 군함 또는 군용기가 침범하면 먼저 퇴거를 요청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자위권 차원의 공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주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중국군이 선을 넘을 경우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 부장은 또 중국 침공에 대비해 매주 주말 전시 지휘용 군용 벙커인 헝산 지휘소에서 중국군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시보 등은 추 부장이 오랜 군 복무 습관으로 여전히 국방부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다만 대만 정보당국은 중국이 대만 부근에서의 군사훈련의 상시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사실상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한 데 이어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해 중간선 침범을 상시화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자국 민간 항공기들이 대만해협에 더 근접한 항로를 사용토록 허가하면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5월20일 라이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해사국은 이날 저장해사국이 12∼1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훈련 목적과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만해협과 맞닿은 동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에 나서는 것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가 치러진 뒤 미국 해군 구축함 ‘존 핀’ 호가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군은 이틀 뒤 동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대만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신냉전 기류 속에 협력관계를 강화해가는 러시아, 이란과 함께 중동에서 무력 과시에 돌입하기도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 3국은 11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연합훈련 ‘해상안보벨트 2024’를 시작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15일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목적은 역내 해양 안보를 합동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러시아·이란은 지난해 3월에도 해군 연합훈련을 오만만에서 치른 바 있으며 이들이 이런 형식의 훈련을 한 것은 2019년과 2022년을 포함해 올해가 네 번째다.
이처럼 서방에 맞서 중국, 러시아, 이란과 북한이 다방면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4개국의 관계가 공식적인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정보당국 수장이 전망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1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4개국이 협력을 통해 개별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국의 조치를 상대로 협력하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더 약화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관계가 공식 동맹이나 다자 축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대만에 ‘우크라이나 방식’으로 무기를 지원하는 예산을 포함시켰다. 11일 미 국방부가 공개한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국방부는 대만을 위한 ‘대통령 사용 권한’(PDA)용 예산 5억달러(약 6540억원)를 처음으로 포함했다. PDA는 대통령이 의회의 별도 허가 없이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군 물자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으로, 재고가 있는 물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무기를 발주해서 지원하는 방식에 비해 빨느 지원이 가능하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 PDA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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