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장비 메고 20층 뛰어 올랐다…금메달 목에 건 훈남 소방관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 '계단 오르기 부문' 1등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대강당. 화려한 네온사인과 경쾌한 음악, 수백 명의 외국인 사이에서 한국인 남성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소방관 한동희 소방교(29). 그는 이달 2~4일 열린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 '계단 오르기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한국인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는 매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일종의 체력 대회다. 올해는 전 세계 46개국 소방관 107명이 참가했다. 세계 최강 소방관을 뽑기 위해 계단 오르기, 호스끌기, 해머 치기, 벽 오르기 등을 겨룬다. 계단 오르기 부문은 20㎏ 무게의 방화복을 입고 산소통을 멘 채 아파트 20층 높이 계단을 가장 빨리 올라야 한다.
한 소방교는 남양주소방서 진건119안전센터에서 화재 진압 업무를 담당하는 6년 차 소방관이다. 어린 시절 격투기 선수를 꿈꿀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매일 하루에 3시간씩 유산소운동과 턱걸이, 격투기 등을 해왔다. 마라톤, 럭비 등 다양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전국 소방관 계단 오르기 대회'에서 우승했다. 평상복으로 411m 높이의 100층 계단을 가장 빨리 올라야 했다. 한 소방교는 당시 17분을 기록하며 53명 중 1등을 차지했다.
이번 아람코 소방관 경기대회는 소방청 추천을 받고 경기 한 달 전에 급하게 참여하게 됐다. 기간이 짧았던 만큼 술,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했다. 방화복을 입고 20층 아파트에 가서 하루에 3번씩 계단 오르기 연습도 했다. 한 소방교는 "전력으로 계단을 오르면 다리 근육이 떨리고 체력도 떨어져서 3번 이상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회 당일 그는 방화복에 산소통까지 메고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갔다. 쌀 한 가마니를 가방에 메고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계단 층수는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올라갔다고 한다. 한 소방교는 "힘들게 올라갔는데 예상했던 층수가 아니면 실망할 수 있다"며 "일부러 층수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절반 정도 올랐을 때는 턱 끝까지 숨이 찼다. 그 때마다 "포기하지 말자" "그냥 무조건 올라가자"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고층 높이에 도달했을 때는 옷에 열기가 빠지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다리가 제 다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고 20층 높이에 도달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다리 근육이 떨려서 10분 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20층 높이를 2분 9초 만에 올라갔다. 한 소방교는 "한국 대표로 나간 것도 영광인데 수상까지 하니까 너무 좋았다"며 "한국 소방이 외국 소방에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 소방교는 평소 화염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일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방화복은 열이 빠지지 않아 금방 땀이 흥건해지는데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고열의 사우나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운동하는 느낌이다.
한 소방교는 이번 수상이 현직에서 근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나가면 어떤 상황이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1등을 하게 되니까 앞으로 계속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또 다른 분야에서 '최강 소방관'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다른 세계 대회에도 참여하고 싶다"며 "연습을 제대로 해서 꼭 입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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