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패기·도전' 어디 갔나…'비례' 쏠린 개혁신당 지도부

정태현 2024. 3. 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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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남·김철근·양정숙 등 비례 신청
함익병 "공관위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
이준석 "개인 선택…김종인 믿고 지켜볼 것"

[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개혁신당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비례대표 출마를 신청하면서 신당 고유의 패기와 도전 이미지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당시 전면에 내세웠던 '거대 양당 심판'이라는 개혁 진정성도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양정숙 의원과 경민정 공관위원,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 김용남 정책위의장, 김철근 사무총장 등이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차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3지대인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 심판'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당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이준석·허은아·천하람 등 젊은 정치인들이 창당을 주도한 데 이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에서 기득권에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이 의기투합한 점도 소구력을 발휘해왔다는 게 정가의 평가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정체성이 현재 낮은 당 지지율을 반등시킬 동력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도부 인사 상당수가 비례대표 출마로 몰리면서 유권자들을 향한 설득력이 약해질 거란 관측이 많다. 공천을 심사하는 경민정 공관위원뿐 아니라 앞서 비례대표로 의원에 당선한 양정숙 의원까지 비례대표로 나서면서 수뇌부가 자기자리 보전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은 지역구에 가는 게 맞다. 비례대표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유권자로서도 당의 지속가능성에 갸우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공관위원은 심사하고 관리하는 자린데, 본인이 선수로 뛰겠다는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을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박창환 시사 평론가는 "현실과 불가피하게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게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 국민도 자기 자리 차지하는 거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제3의 선택지를 주겠다고 했던 분들이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지 않냐"며 "제3의 정치에 걸맞은 인사를 발굴해 비례대표에 넣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적으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함익병 공관위원은 전날 "우리 공관위원 입장에서 지도부 (비례대표 공천) 신청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기 진작을 위해 지도부가 지역구 출마에 나서야 한다는 당 내부 목소리에 반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2차 공천 결과를 발표한 날 “심사 기준을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 다수 탈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그는 지난 8일 "비례대표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출마를 안 하고 비례대표를 희망한다고 해서 반드시 될 거라고 확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다만 "개혁신당 이미지에 합당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후보 선정 기준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신당 주력은 대부분 지역구에 출마한 만큼, 자기 자리에만 몰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부터 개혁신당 핵심 인력들은 다 (지역구에) 출마했다. 일부 지도부가 비례로 간다고 해서 '보신주의'로 보기 어렵다"며 "최근 지지율을 봐도 비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에 출마한 주요 수뇌부는 이준석 대표, 이원욱 의원, 양향자 원내대표, 금태섭 최고위원, 천하람 최고위원, 조응천 최고위원, 허은아 수석대변인 등이다.

이준석 대표와 이원욱 의원은 각각 경기 화성을과 화성정에 출마했으며, 이외 △양 원내대표 경기 용인갑 △금 최고위원 서울 종로구 △천 최고위원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 최고위원 경기 남양주갑 △허 수석대변인 영등포갑 등으로 결정됐다.

이준석 대표는 의견이 갈리는 내부 상황에도 김종인 공관위원장의 판단을 믿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방문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것은 당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역할을 찾아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면서도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되느냐 여부는 김종인 위원장께서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판단하실 문제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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