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가오리 운명과 K-홍어회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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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코스 요리에서 샥스핀수프를 먹은 적이 몇번 있다.
상어 간유는 전통적인 건강보조식품일 뿐 아니라 주성분인 스콸렌이 화장품 등에 유효성분으로 쓰인다.
한편 뉴질랜드 국립수상대기연구소를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수심 200m가 넘는 바다에 서식하는 판새류(상어와 가오리)의 종별 현황을 분석했다.
대구나 참치 등 다른 어류를 잡으려고 던진 그물에 희생된 경우가 많지만 상어는 간유, 가오리는 고기를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잡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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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중국집 코스 요리에서 샥스핀수프를 먹은 적이 몇번 있다. 처음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샥스핀이구나’라며 묘한 식감을 지닌 맛을 음미했는데 나중에는 먹기 꺼려졌다. 잡은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치명적인 불구가 된 상어를 산 채로 바다로 던져버리는 샤크 피닝(shark finning)을 알고 나서다.
2000년대 들어 많은 나라가 샤크 피닝을 불법화하고 샥스핀 요리에 대한 비난이 커지며 수요도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상어의 처지도 좀 나아졌을까. 올해 들어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두편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월 발표된 논문은 연간 포획된 상어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늘었다는 분석 결과를 실었고 지난주 실린 논문은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수가 늘었다는 내용이다.
댈하우지대학이 주축이 된 캐나다와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상어 포획에 대한 통계자료와 현장 전문가 인터뷰를 기반으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희생된 상어 수를 추산했다. 그 결과 2012년 7600만마리에서 2019년 8천만마리로 5% 늘었다. 이는 샤크 피닝 금지로 운반 부담이 적은 근해에서 잡은 작은 상어의 수가 늘어난 결과다. 온전한 상어를 육지로 가져오자 상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며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
먼바다의 상어 포획 수는 약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느러미 수요는 많이 줄었지만 대신 간유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상어 간유는 전통적인 건강보조식품일 뿐 아니라 주성분인 스콸렌이 화장품 등에 유효성분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뉴질랜드 국립수상대기연구소를 비롯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수심 200m가 넘는 바다에 서식하는 판새류(상어와 가오리)의 종별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나친 포획으로 521종 가운데 12%인 60종이 멸종을 걱정할 상태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온의 깊은 바다에 사는 판새류는 성장이 더디고 번식에도 시간이 걸려 너무 많이 잡으면 수가 회복되지 못한다.
대구나 참치 등 다른 어류를 잡으려고 던진 그물에 희생된 경우가 많지만 상어는 간유, 가오리는 고기를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잡기도 한다. 실제 상어 283종 가운데 15%(43종)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간유를 얻을 수 있는 53종만 따지면 무려 47%(25종)가 위험하다.
연구자들은 수평적 제한과 수직적 제한으로 남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바다 면적을 늘리고(수평적 제한) 그물을 내릴 수 있는 깊이를 수심 800m 또는 500m까지로 정해(수직적 제한) 판새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논문 말미에 아르헨티나의 가오리 포획량 자료가 나온다. 1993년 900t에서 2007년 2만8천t으로 14년 만에 30배 넘게 늘었다. 한국에서 홍어회(마땅한 번역어가 없어서인지 발음 그대로 hongeo-hoe로 쓰고 있다)용으로 찾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잡히는 15종 가운데 1종만이 멸종을 걱정할 처지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요즘 ‘케이(K)팝’이나 ‘케이드라마’보다 ‘케이푸드’가 더 인기라는데, 홍어회는 빠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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