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내지 않은 범죄 소득에 세금 부과…법원 “정당”
범죄로 얻은 소득에 대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당국이 이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법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때문에, 일단 과세를 하되 몰수·추징이 이뤄졌다면 납세자가 사후에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대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9년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1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세무당국은 A씨가 수수한 돈이 소득세법상 ‘알선수재에 의해 받는 금품’으로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2년 A씨에게 종합소득세 367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위법소득을 얻은 것은 맞지만, 이를 추징당해 최종적으로는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거나 해당 추징금에 대해 국가기관이 집행을 완료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며 과세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위법소득이 더 이상 상실될 가능성이 없는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과세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라고 했다. A씨의 경우처럼 위법소득을 추징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면 과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후에 위법소득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환수된 경우에는 납세자가 감액을 청구해 조정하면 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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