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벽과 관광명소는 ‘한끗 차이’…무지개색 입고 ‘인생샷’ 명소된 해안도로

박미라 기자 2024. 3.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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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담해안도로 서쪽 끝
주민참여예산으로 방호벽 도색
“무단횡단, 안전사고는 반드시 주의”
제주 무지개해안도로. 박미라 기자

제주시 북쪽 해안을 따라 5㎞ 가량 이어진 용담해안도로(용두암~도두봉)의 서쪽 끝 지점 ‘무지개 도로’. 용담 해안도로 중에서도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최근에는 버스 단위 단체관광객도 찾고 있다. 이른바 ‘인생샷’을 찍기 위한 사진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도 이곳에서는 여성 관광객들이 두 팔을 들어 올린 채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 먼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 등의 다양한 포즈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안도로에 설치한 추락 방지용 콘크리트 방호벽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칠했을 뿐인데 인파가 몰리는 관광명소가 됐다. 덕분에 당초 용담 해안도로의 일부였던 이곳은 ‘무지개 해안도로’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게 됐다.

12일 제주시 도두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무지개 해안도로는 2018년 차량이나 사람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도로에 설치한 방호벽을 무지개색으로 칠해보자는 주민의 의견에서 시작됐다. 기존 방호벽은 노란색 일색으로, 푸른 바다를 사진에 담을라치면 반드시 빼야 하는 장애물이었다.

도두동 주민센터는 그 해 주민참여예산으로 1억5000만원을 투입해 500m 거리의 해안도로에 ‘도두동 명품 해안도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방호벽마다 빨주노초파남보를 번갈아 입혔다. 곳곳에 해녀와 낚시하는 주민 등 다양한 조각상도 설치해 볼거리를 더했다.

제주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 박미라 기자

콘크리트 방호벽은 알록달록 무지개색 옷을 입자 검은 현무암, 짙푸른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무지개 해안도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명소로 입소문이 났고 관광객이 몰렸다. 당초 용담 해안도로 중에서도 서쪽 끝 지점인 도두봉 근처는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한산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리자 주변에 유명 카페와 식당, 기념품 가게가 줄줄이 들어섰다. 외벽을 무지개색으로 도색하는 가게도 생겼다.

최근에는 바로 옆 오름인 도두봉까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지개 도로에서 산책하며 사진 찍고 도두봉을 탐방하는 것이 하나의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제주공항과 10~20분 거리에 위치했고, 유명 관광지인 용두암과 용담해안도로, 이호 해변과도 연결돼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접근성 좋고 볼거리 많은 관광지인 셈이다.

특히 제주도 차원이 아닌 주민 의견을 받아 동 단위에서 마을을 활성화시킨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송인주 도두동주민자치위원장은 “공항 소음에 하수처리장까지 있는 마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홍보 방안을 찾다가 이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기대 이상 큰 인기를 끌면서 주민들도 놀랐고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두동 주민센터는 무지개 해안도로 인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오는 4월에는 인근 국유지를 임대한 새 주차장도 운영할 예정이다. 마을주민들은 최근 관광객이 몰리면서 빈번해지고 있는 무단횡단, 방호벽 위에 올라가 뛰는 행위 등은 자제해 줄 것을 방문객에게 당부하고 있다.

도두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커 곳곳에 안전사고 경고 문구를 부착하고 주민들과 함께 계도에 나서고 있지만 방문객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위험스러운 행동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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