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총리, 결국 사임 표명…미국 “아이티에 1억달러 추가 지원”
갱단 폭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는 아이티의 아리엘 앙리 총리가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미국은 아이티에 배치될 다국적 안보 지원단을 위해 1억 달러(약 1309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협의체인 ‘카리브 공동체’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자메이카에서 만나 아이티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논의한 끝에 앙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카리브 공동체는 과도위원회를 설립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아이티 대통령 선거를 추진하기로 했다.
앙리 총리는 영상으로 녹화된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런 혼란한 상황 앞에 무감각할 수 없다. 아이티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희생도 대단한 희생이 아니다”라며 “내가 이끄는 정부는 과도위원회가 설치되는 즉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리브 공동체 의장인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과도위원회가 구성되고 임시 총리가 지명될 것”이라면서 “앙리 총리의 사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티를 위해 봉사해온 앙리 총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임시로 아이티를 통치해오던 앙리 총리는 그동안 사퇴를 거세게 요구하는 국내 여론에도 총리직 사임을 거부해왔다. 당초 지난달 사임이 예정됐었던 앙리 총리는 아이티의 치안 회복이 먼저라면서 선거 일정을 계속 미뤄왔고, 2025년에야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이티 내 폭동과 반발을 초래했다.
알리 대통령은 아이티 과도위원회에 여러 연합체, 민간, 시민사회 대표, 종교 지도자 등을 비롯한 2명의 옵서버(참관인)와 7명의 투표 위원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 대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 통치의 연속성, 치안을 위한 단기적인 행동 계획,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이티에 파견될 다국적 안보 지원단에 미국이 1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아이티에 별도로 3300만달러(약 432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이티 국민들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며 정치, 치안 양쪽에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티 국민만이 그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0월 아이티에 케냐 주도의 병력을 투입하는 다국적 임무를 승인하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케냐 정부가 1000여명 규모의 경찰을 파견할 의사를 밝혔고, 베냉·바하마·자메이카 등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아이티의 평화는 세계 전체에 이로운 일이기 때문에 케냐는 (이를 지원할) 역사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티와 케냐는 이달 중에 경찰을 파견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정확히 언제 병력이 배치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미국은 자금 지원 의사는 밝혔으나 자국 병력 파견은 꺼리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아이티의 치안을 회복하기 위해 케냐가 주도하는 다국적 경찰 파견을 신속히 추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발이 묶여 있는 앙리 총리는 이날 직접 회담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화상으로 소통했다.
한편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키고 아이티에 다국적군이 파견되는 것에 반발해온 아이티 갱단 연합체 ‘G9’의 수장 지미 셰리지에는 “국제사회가 지금의 길을 계속 가면 아이티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면서 “아이티인들이 누가 국가의 수장이 될지, 우리가 원하는 정부 모델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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