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중계랑 다를 게 없다' 차별화 지적에 TVING "키워드만 보면 동일, 경험적으로 구분될 것" [상암동 현장]

상암동=김동윤 기자 2024. 3. 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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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상암동=김동윤 기자]
티빙 전택수 CPO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티빙 이현진 CSO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국내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의 막을 연 TVING(티빙)이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지적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티빙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 탤런트스튜디오에서 KBO 중계 관련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다. 티빙 최주희 대표(CEO), 이현진 최고전략책임자(CSO),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참석한 가운데 많은 취재진이 몰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달 4일 CJ ENM과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3년간 총 1350억 원)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티빙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KBO 리그 전 경기의 국내 유무선 중계방송 권리와 함께 중계방송권을 재판매 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보유했다.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티빙은 이 설명회의 취지로 "진심을 담아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서비스와 관련해 궁금한 부분을 이야기 나누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후 시범경기를 통해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티빙이 마련한 서비스가 과연 무엇인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렸다.

프로스포츠의 중계 유료화는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당장 비교가 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를 비롯해 많은 프로스포츠가 중계권 판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 이를 구단에 재분배해 선수와 시설에 투자, 리그의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

티빙이 제시한 첫 요금제는 월 5500원의 광고형 요금제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모든 팀의 경기를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 모두에서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29.99달러(약 3만 9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 싼 편이지만, 프로야구 41년간 공영방송 수신료 혹은 케이블 수신료를 제외하면 공짜나 다름없이 봤던 한국 야구팬들이기에 유료 요금제에 대한 거부감은 클 수밖에 없다.

티빙이 12일 배포한 K-서비스 목록. /사진=티빙 제공

그렇기에 무료로 제공했던 기존 플랫폼과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했다. 비교 대상인 MLB TV의 경우 마이너리그(우리나라로 치면 퓨처스리그) 경기 중계를 제공한다거나 경기 분석 프로그램, 경기 전후 응원팀 관련 코너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구단별 중계팀이 따로 있어 취향에 따라 특정팀 시점의 중계도 들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돈을 내고 보는 만큼 티빙에서 기존 서비스와 어떤 차별화된 무언가를 내놓을까에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

하지만 티빙의 처음 내세운 중계 서비스에서는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찾긴 어려웠다. 티빙은 KBO 스페셜관, 타임머신 기능, 문자 중계, 중계 사운드만 청취 가능한 오디오 모드, 멀티뷰, 마이팀 설정 등을 이야기했다.

키워드만 봤을 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득점 장면 모아보기, 놓친 장면 둘러보기 등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츠는 물론 콘서트까지 티빙을 생중계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포장한 타임머신 기능은 기존 플랫폼에서도 '뒤로 가기' 혹은 득점 장면 클립을 통해 볼 수 있던 것이었다. 동시에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는 멀티뷰 기능과 구단별 응원방 등도 성능의 차이가 있을 뿐 기존 플랫폼들에도 있던 개념이다. 그나마 음성만 제공하는 오디오모드나 투구예측 시스템 등이 차별화됐으나, 개막전까지 보기 어렵다.

자연스레 이에 대한 지적이 설명회 현장에서 나왔다. 이에 전택수 CPO는 "키워드 수준에서 보면 타 플랫폼 기능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티빙에서 쓰는 건 분명 경험적으로 구분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디오 모드 등 당장 제공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KBO리그와 같은 스포츠 경기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 않았던 서비스 영역이었다. 기존 콘텐츠는 감상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했다면 KBO리그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보와 데이터 등 주변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인지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순차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앞으로도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티빙의 영상 클립에 '32번 타자'라는 어색한 표현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과거 야구 중계 경험이 짧게나마 있음에도 오히려 퇴보한 듯한 기본적인 서비스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 영상이 드라마처럼 1화, 2화 식으로 올라와 원하는 경기를 직관적으로 찾기 어려웠던 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난 10일 정우영 SBS 스포츠 캐스터는 개인 SNS를 통해 "티빙은 지난해에도 프로야구 방송했는데 시즌 초에 잠깐 몇 번 봤다가 다시 포털로 돌아간 이유가 검색이 불편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뉴미디어 독점사가 됐음에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시범경기를 통해 야구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받은 상황. 롯데의 '전준우'를 '전근우'로 선수의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가 하면 등번호를 타순으로 착각해 '32번 타자'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또한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 공격 팀의 득점권 공격 상황을 위기라고 표현하는 등 기본적인 야구 룰을 숙지하지 못한 실수가 속출했다.

차별화된 서비스에 앞서 기본적인 중계 서비스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티빙 최주희 대표는 "주말 사이에 10년은 늙은 것 같다.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범경기 시작 후 우려 섞인 반응과 지적을 잘 알고 있다. 주말 내내 커뮤니티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인지했고, 이를 통해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며 "시범 경기를 진행하면서 KBO 중계에 있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합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지했다. 아직 많은 우려가 있는 걸 알고 있다.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제대로 된 서비스로 개막전(23일)에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개막 전까지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약속드리면서 더 나아가 KBO 중계에 진심 어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티빙이 이런 기능을 추가했구나', '중계가 이렇게 차별화될 수 있구나', '이래서 유료로 돈을 받는구나', '이렇게 투자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호된 경험을 한 티빙이 팬들에게 친화적인 UI와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돈값'에 어울리는 중계를 보여줄지 그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빙 최주희 대표가 12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티빙 제공
티빙(왼쪽)과 KBO 로고. /사진=KBO 제공

상암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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