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공 넘겨받은 은행권, 자율배상 '산 넘어 산'
은행·투자자 불만족…분쟁조정 난항 예상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배상비율을 가늠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준이 공개됐다. 금융감독원은 조정기준에 따라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판매사가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등 상품을 판매한 판매사와 손실을 본 투자자들 모두 조정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감원 기대와 달리 조정을 통해 사적화해(배상)에 도달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조정기준 두고 판매사·투자자 '동상이몽'
금감원에 따르면 ELS 분쟁조정기준은 은행권의 적합성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 위반행위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40%, 내부통제부실에 따른 공통가중 5~10%(은행)가 적용된다. 여기에 투자자 고려요소로 금융취약계층이거나 ELS 최초 투자 등 가산요인과 ELS 투자경험과 매입·수익규모 등 감산요인에 따라 ±45%포인트 배상비율 조정을 거쳐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될 예정이다.
조정기준 당사자인 은행 등 판매사와 투자자들은 서로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를 야기한 시스템 개선 필요성 등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자 책임 원칙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투자자 책임 부분이 조정기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투자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은행 등 판매사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분쟁조정기준이 은행에 유리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100% 손실 보상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배상비율은 20~6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은행의 위반행위를 통해 정해지는 기본배상비율 산정 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과 중복되는 경우는 제외되면서 기본배상비율이 최대 40%에 그친다는 부분이 투자자에게 불리한 부분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과거 DLF(파생결합상품) 사태보다 실제 배상비율이 낮을 것이란 점도 투자자들이 이번 분쟁조정기준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분쟁조정 이뤄질까
판매사(은행)와 투자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조정기준이지만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은행들은 언제, 어떻게 배상에 나설지 고심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사례가 투자자마다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실제 배상액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금감원이 자율적 선제 배상 시 제재 경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에선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과 분쟁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은 최종 검사결과가 나오진 않은 상황이라 제재 수위를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검사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제재 절차도 신속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제재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고려요인 하나로 감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배상 계획을 마련하려면 재무 영향과 대외 신인도, 주주들의 동의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당국이 조속한 사적합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조정기준을 기반으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건은 투자자들이 강경하게 나설 경우 실제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ELS 손실 투자자들은 집회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손실배상과 제재는 별개라는 점, 자율배상 시 제재 감경 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어 판매사 입장에선 자율배상 압박을 받는 요인"이라며 "하지만 이번 조정기준이 은행에 유리하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 분쟁조정을 거쳐 보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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