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표심 잡아라”…한동훈·이재명, 총선 앞 공약 쏟아내는데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대들보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이재명 민주당 대표)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단일 수출 품목 1위인 반도체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치권에서도 표심을 잡을 카드로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들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반도체 규제 원샷 해결’을 이번 총선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1인당 GDP 4만 달러대의 안정적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반도체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부지는 축구장 581개와 맞먹는 415만㎡ 규모에 이른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생산공장) 4기를 비롯해 50여 개 소재·부품·장비·협력업체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반도체 산업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역군들의 일을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은 정책간담회를 열어 반도체 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수원·용인·이천·화성 등 경기남부·동부권을 반도체 특화 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전체 재생에너지를 쓰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추가 연장하겠다고도 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여야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표심잡기에 나선 가운데 개혁신당 지도부 역시 ‘반도체 표심 잡기’에 뛰어들었다.
화성을에 직접 등판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화성정에 출마선언한 이원욱 의원과 손을 잡고 ‘K칩스법(우리나라 반도체특별법)’ 완성과 ‘반도체 생활권’ 내 교통망 연결, 과학고 등 특화 교육·연구 시설 설립 등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앞서 지난달 27일 경기도의회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와 화성,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좋은 교통망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공약으로 주목을 받는 데에는 그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는 단일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실적에 따라 무역수지 실적이 좌우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6년4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로 회복하며 우리 수출 실적은 4.8% 증가하고, 무역수지도 9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이천·평택·화성·용인 등 경기 동남부와 부산·울산·경남 등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과잉을 비롯해 글로벌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다.
특히 미국·중국·일본 등은 자국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범정부차원의 강력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데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정치권에서 내놓고 있는 규제 완화나 지원책 관련 공약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지원책 마련은 정말로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가 내건 각종 지원책이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적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지원을 위해선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 개발이 핵심이란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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