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컴퓨터` 심는다… 인공 전극과 전자회로 개발

이준기 2024. 3. 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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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오랜 시간 신경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BCI)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BCI를 구현하려면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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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뇌 조직 손상 없이 33주간 뇌파 측정 성공
액체금속 기반 신경전극, 전자회로 3D프린터로 인쇄
IBS 연구진이 매우 얇고 젤리처럼 말랑해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인공 신경 조직과, 3D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얇게 인쇄한 전자회로를 뇌에 이식해 신경 신호를 장기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뇌에 삽입한 인공 신경 전극과 전자회로를 두개골에 이식한 모습. IBS 제공
박장웅 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
천진우 IBS 나노의학연구단장

국내 연구진이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오랜 시간 신경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BCI)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향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장과 박장웅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팀과 공동으로 뇌 조직처럼 부드러운 인공 신경전극을 쥐의 뇌에 이식하고, 3D프린터로 전자회로를 두개골 표면에 인쇄해 뇌파를 장기간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BCI는 뇌파를 통해 외부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 적용하면 자유롭고 정확한 의사표현을 도울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최근 뇌에 컴퓨터 장치를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BCI를 구현하려면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가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소재로 이뤄진 전극과 전자회로를 사용해 이식 시 이질감이 크고, 부드러운 뇌 조직에 염증과 감염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뇌에 발생한 손상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장기간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었다.

연구팀은 금속 대신 뇌 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갈륨 기반의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 신경 전극을 제작했다. 이 전극은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고, 젤리처럼 말랑해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3D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했다. 마치 문신처럼 이식 후에도 두개골 외관에 차이가 없었고, 이물감과 불편함도 없앤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서 체내 신경신호를 8개월이 넘는 동안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딱딱한 BCI로는 신경 신호를 1개월 이상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을 7개월 이상 늘린 것이다.

박장웅 교수는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할 수 있어 다양한 뇌 영역에서 신호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뇌 구조에 맞춰 맞춤형 인터페이스 설계가 가능하다"며 "무선으로 뇌파를 송수신할 수 있어 다양한 뇌질환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지난달 27일)'에 실렸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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