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금 얼마나…은행 1조5000억원 vs 증권사 2000억원

조문희 기자 2024. 3.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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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은행보다 홍콩ELS 판매액 작고 배상비율 낮아
ELS 시장 위축은 ‘악재’…“자금조달원 다각화 대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배상 기준안을 제시하면서 금융권에선 물밑 셈법이 빨라졌다. 해당 기준안에 따라 금융권이 적극적인 배상에 나선다면, 향후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과 제재 등의 수위를 감경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에선 정부가 제시한 배상안을 받아들일지, 장기 소송전을 감내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업권별로 분위기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홍콩 ELS 판매액 대다수가 은행권에 집중돼, 손실 배상금도 은행권이 막대하게 떠안을 전망이라서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예상 배상금 총액은 은행권이 조 단위에 달하는 반면, 증권사는 2000억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콩 ELS 판매 비중, 은행 5대 증권 1…배상액도 '최소 5배'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금융사는 당국이 전날 제시한 배상안을 토대로 총 배상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배상안은 판매사와 투자자에 책임을 모두 물어 배상비율을 결정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판매사의 과실이 크게 인정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투자자가 위험을 알고 있었다면 배상액은 줄어든다. 이론적으로는 손실액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20~60%의 배상비율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요인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배상액은 은행권에서 더 커진다. 은행권에서는 불완전판매 요소인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이 발견돼 모든 투자자에게 20~40% 기본 배상비율이 적용되지만, 증권사의 경우 불완전판매가 직접 확인된 사례에만 이 비율이 적용된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가중책임도 증권사에는 5%가 가중돼 10%를 적용받는 은행보다 낮다.

ⓒSK증권 제공

이에 따라 배상액을 추산하면 은행권의 예상 배상액은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 자료에 따르면, 은행에 적용되는 최소 배상비율은 30%로, 이를 적용하면 ELS 판매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배상액만 7700억원에 달한다. 뒤이어 신한은행 2400억원, 농협은행 2200억원, 하나은행 1400억원 등이다. 만약 배상비율이 40%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KB국민은행은 1조원, 신한과 하나은행이 약 2000억~3000억원 규모를 부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증권업계의 예상 배상금 총액은 2000억원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올투자증권은 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들의 배상액이 상반기 1878억원, 하반기 437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홍콩 ELS 판매액이 은행보다 적은 데다, 대부분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은 온라인으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말 기준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총 18조8000억원으로, 증권사 판매분은 3조4000억원으로 18%에 그쳤고, 그 중에서도 87.3%가 온라인에서 팔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ELS 시장 위축에 '자금조달 리스크' 대두

이에 증권업계에선 이번 배상 기준안으로 인한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배상액 규모가 예상보다 작은 데다, 불완전판매 사례도 소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서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물의 주요 인수자가 은행이고,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와 오프라인 투자자 비중도 상대적으로 은행권이 많다"며 "증권사의 배상액 규모는 은행 대비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ELS 시장이 크게 위축된 만큼, '자금조달 리스크'는 꾸준히 거론된다. ELS와 DLS(파생결합증권) 등은 증권사 자금조달의 한 축이자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차입부채에서 ELS‧DLS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0%대에 달했고,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25% 수준이었다. ELS 발행이 위축되면 증권사 입장에선 주요 수익 창출원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최근 들어 ELS 의존 비중을 줄여오면서 자금조달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급락으로 대규모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이 쏟아져 증권사 부도 위기까지 겪은 뒤로, 관련 상품 비중을 줄여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LS가 여전히 주요 자금 조달원인 것은 맞지만, 의존도가 크진 않다"며 "발행어음이나 증자 등의 다른 수단이 많아 자금조달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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