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사과 농사로 모은 5억..소방관 아들 이름으로 기탁[따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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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직 소방관의 여든을 넘긴 연로한 아버지가 70년 간 사과 농사로 번 5억원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놨다.
김경수 씨는 이날 행사에서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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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구 금호강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故김기범 소방관
부친 김경수 씨, 실버타운 입소 거부하고 평생 모은 5억원 기탁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직 소방관의 여든을 넘긴 연로한 아버지가 70년 간 사과 농사로 번 5억원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놨다.
고 김기범 소방교의 부친인 김경수(83)씨는 아들을 평생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 김기범 소방교는 자신의 살가운 외아들이었다. 유일한 피붙이를 안타깝게 잃은 김경수 씨는 늘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김 씨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대구광역시 군위군지회의 손상웅 회장이 자신에게 ‘평생 모은 돈으로 이제 실버타운에 들어가 여생을 편하게 살라’고 권유하자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대신 김경수 씨는 손 회장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이에 손 회장은 순직한 김 씨 아들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이 장학재단을 만들기란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손 회장은 이에 몇 달 전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뜻을 전했다. 남 청장은 흔쾌히 김경수 씨와 손 회장을 세종정부청사로 불러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줬다.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은 이렇게 탄생했다.
손 회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경수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약 70년 간 과수원에서 일을 했다. 소작농으로 시작해 한평생 검소하게 살면서 모은 5억원이다”며 “오늘도 ‘행사에 가니 정장이라도 한 벌 사자’고 했더니 ‘입지도 않을 옷을 뭐하러 사냐’고 한 사람이다. 어렵게 고생하며 모은 돈인 만큼 그 의미가 더 큰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소방청은 이날 기탁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기탁식 행사에는 손 회장 및 회원과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출동했던 고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참석해 김경수 씨의 고귀한 뜻을 함께 축하했다. 대구소방본부는 김경수씨의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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