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사과 농사로 모은 5억..소방관 아들 이름으로 기탁[따전소]

이연호 2024. 3. 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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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직 소방관의 여든을 넘긴 연로한 아버지가 70년 간 사과 농사로 번 5억원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놨다.

김경수 씨는 이날 행사에서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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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12일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 개최
1998년 대구 금호강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故김기범 소방관
부친 김경수 씨, 실버타운 입소 거부하고 평생 모은 5억원 기탁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고 싶습니다.”

순직 소방관의 여든을 넘긴 연로한 아버지가 70년 간 사과 농사로 번 5억원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놨다.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열린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금 기탁식’ 행사 후 김경수(사진 오른쪽) 씨가 김조일 소방청 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소방청은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을 개최했다. 고(故) 김기범 소방교는 지난 1998년 10월 1일 폭우가 쏟아지던 날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같이 출동했던 고 김현철 소방교, 고 이국희 소방위와 함께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고 김기범 소방교의 부친인 김경수(83)씨는 아들을 평생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 김기범 소방교는 자신의 살가운 외아들이었다. 유일한 피붙이를 안타깝게 잃은 김경수 씨는 늘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김 씨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대구광역시 군위군지회의 손상웅 회장이 자신에게 ‘평생 모은 돈으로 이제 실버타운에 들어가 여생을 편하게 살라’고 권유하자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대신 김경수 씨는 손 회장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이에 손 회장은 순직한 김 씨 아들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이 장학재단을 만들기란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손 회장은 이에 몇 달 전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뜻을 전했다. 남 청장은 흔쾌히 김경수 씨와 손 회장을 세종정부청사로 불러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줬다.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은 이렇게 탄생했다.

손 회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경수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약 70년 간 과수원에서 일을 했다. 소작농으로 시작해 한평생 검소하게 살면서 모은 5억원이다”며 “오늘도 ‘행사에 가니 정장이라도 한 벌 사자’고 했더니 ‘입지도 않을 옷을 뭐하러 사냐’고 한 사람이다. 어렵게 고생하며 모은 돈인 만큼 그 의미가 더 큰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소방청은 이날 기탁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기탁식 행사에는 손 회장 및 회원과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출동했던 고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참석해 김경수 씨의 고귀한 뜻을 함께 축하했다. 대구소방본부는 김경수씨의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경수 씨는 이날 행사에서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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