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노후 장비 판매 중단”

對中 수출 통제과 대러 제재 고려
2022년부터 中기업에는 판매 안 해

삼성전자 평택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를 고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반발을 우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를 팔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노후 장비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노후 장비를 판매해왔다. 주요 고객은 가전제품·자동차용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노후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딜러에게 판매하고 딜러가 경매에 내놓는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며 중국 기업에 노후 장비를 넘기지 않았다. 리소그래피 장비 등은 보수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면서도 노후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지 않아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FT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발을 우려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라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네덜란드·독일 등 동맹국에게도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을 엄격히 통제하라고 압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도 반도체 수출 통제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반도체생산뿐 아니라 부품·장비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FT,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미국이 한국에 수출 통제 참여를 요청했고, 지난달에도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그레고리 엘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장비가 SMIC나 YMTC와 같이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에 들어간다면 한미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