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바이올린…화려한 음색 비밀 최첨단 X선 촬영이 파헤친다 [포토]
1743년 과르니에리 제작 ‘캐논’
프랑스 남동부 그르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ESRF)는 11일(현지시각) 연구소 누리집을 통해 서양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 중에 하나로 꼽히는 바이올린 ‘과르니에리 캐논’(Il Cannone Guarnerius)이 연구소에 있다고 밝혔다. ‘캐논’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로도 불리는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가 가장 사랑하던 바이올린으로, 뛰어난 음향에 감탄한 파가니니가 “나의 대포(캐논) 바이올린”이라고 불렀던 그 악기다.
연구소는 현재 바이올린의 보존상태를 확인하고 독특하고 강력한 음색을 제공하는 바이올린 구조의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비엠18(BM18) 빔라인에서 다중 해상도 전파 위상차 엑스(X)선 현미경 단층촬영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스캔하고 있다. 이번 스캔과 연구를 통해 바이올린을 마이크론 미터(백만 분의 1m)까지 확대할 수 있는 3D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바이올린을 목재의 세포 구조 수준에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연구소의 태포로는 “첫 번째 목표는 보존이다. 만약 어떤 결함이 있어 수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모든 세부사항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며 “또한 이 비파괴적 분석을 통해 캐논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연주되는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이용해 음의 비밀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엑스선 스캔의 자세한 분석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악기는 1743년 주세페 바르톨로메오 과르니에리가 만들었다.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마에스트로 파가니니가 1840년 사망한 뒤 유언에 따라 1851년부터 고향인 제노바의 투르시 궁전에서 보관 중이다. 장기보관을 위해 주기적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으나 밖으로 반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격년으로 열리는 파가니니 콩쿠르의 우승자가 이 귀한 악기를 연주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콩쿠르의 1994년 우승자인 중국인 빈 황은 캐논 연주 경험에 대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직접 손에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는데 지금도 E 현의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고음과 낮은 현의 어둡고 풍부한 울림이 생생하게 들린다. 악기의 음색은 화려하면서도 달콤하고, 강렬하면서도 세련되고, 풍부하면서도 가볍고, 어둡고 관통하는 느낌을 동시에 자아냈다. 때로는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색채와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했다”라고 토로했다.
캐논은 주요 부품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유명한 소유자의 명성이 더해져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 특별한 악기다. 바니시는 여전히 원래 그대로이며, 사운드보드 끝에는 동시대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턱 받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에 직접 턱을 대고 연주했던 파가니니가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싱크로트론 연구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루이지 파올라시니는 “ 제노바에서 그르노블까지 바이올린을 옮기기 위해 약 430억원에 상당하는 보험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연구소에 적용된 이 기술은 지난 20년 동안 고생물학 등에 널리 사용됐다. 2억년 전 공룡 알의 비밀을 밝혀냈으며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 보존 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이번 기술은 2020년 8월 시운전 이후 이전보다 최소 100배 이상 향상된 실험 성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극광원 덕분에 새로운 수준의 감도와 해상도에 도달했다고 소개했다.
루이지 파올라시니는 “연구소의 동료들과 캐논 바이올린 보존가들과 함께한 이 환상적인 경험은 음악, 역사, 과학의 교차점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고대 악기의 보존방법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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