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대 불법 인터넷도박 업체…청소년까지 ‘총판’ 가담시켜

이준희 기자 2024. 3. 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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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점을 두고 5000억원대 불법 인터넷 도박 업체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업체는 스포츠 경기 편법 중계와 경기 결과 예측 방송을 통해 시청자를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도박 회원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입된 청소년 중 일부에게 총판 역할을 맡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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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체포된 불법 인터넷 도박 업체가 운영한 도박 사이트.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해외 거점을 두고 5000억원대 불법 인터넷 도박 업체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10대 청소년에게까지 총판 역할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을 상대로 불법 도박을 하도록 꾀는 차원을 넘어, 이들을 직접 범죄에 가담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18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약 1만5000명의 회원을 모집한 5000억원대 인터넷 도박 업체 공동 총책 ㄱ씨와 총판 청소년들을 관리해온 ㄴ씨 등 35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경찰이 체포한 이들 가운데 12명은 10대 청소년으로, 그 중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있었다. 이 청소년들은 다른 또래들을 도박에 끌어들여 수수료를 챙겼다. 한번 유입된 청소년들이 다른 청소년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구조였다.

불법도박 업체는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인터넷 방송을 이용해 이들을 범죄로 유인했다. 업체는 스포츠 경기 편법 중계와 경기 결과 예측 방송을 통해 시청자를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도박 회원을 모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입된 청소년 중 일부에게 총판 역할을 맡긴 것이다.

10대 청소년이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도박 업체에 홍보 관련 문의를 하는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청소년 불법도박은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2년 조사를 보면, 초중고 학생의 도박 경험률은 38.8%에 달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복지개발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국 중학교·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87만7660명 중 2만8838명(3.3%)이 사이버도박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소년이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쉽게 불법도박을 접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총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이들을 범죄에 가담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소년은 친구의 추천으로 불법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범죄를 재생산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복지개발원 자료를 보면, 도박범죄 관련 10대 검거는 2012년 12명에서 2022년 76명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 행위자 처벌보다는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검거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는데 집중했다”며 “이번에 도박행위 또는 총판에 가담한 청소년 12명에 대해서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과 연계해 선도활동을 병행하고, 단순 도박행위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 교육을 연계했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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