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류현진, '최고 148㎞-4이닝 KKK' 명품 투구, '1실점→9득점' 화력 지원까지 [대전 현장]

[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KIA 타이거즈에게도 메이저리그(MLB) 98승 투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벽은 높기만 했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구를 뿌리며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류현진의 KBO리그 시범경기 등판은 2012년 3월 31일 KIA전 이후 12년, 날짜로는 4364일만이다. 공식전 기준으로는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4177일만이었다.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을 맺고 초특급 스타의 귀환을 알린 류현진은 3차례 연습 투구를 마친 뒤 지난 7일 청백전에서 3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 호투한 뒤 이날 등판을 기다렸다.

전날부터 예고된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졌지만 경기 시작을 앞두고 비구름이 걷히며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을 안도케 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가운데)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류현진과 한화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범호 KIA 감독은 전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잘왔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건네면서도 최고의 선수들로 류현진을 상대하겠다고 공언했다.

KIA는 박찬호(유격수)-이우성(1루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한준수(포수)-최원준(중견수)로 타순을 짰다. 이범호 감독은 전날 "시즌 때 나갈 선수들이 (류현진의 공을) 한 번 쳐봐야 한다. 10년 동안 안 쳐봤던 공이다보니 내일은 다 나갈 생각"이라며 "이날은 "워낙 마운드에 서 있을 때 팀 선수들에게 주는 영향력도 굉장히 좋은 투수다. 쉽게 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타자들이 류현진 선수가 던지는 공 자체가 어떻게 날아오고 구질에 대해서 체크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우리에겐 가장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회초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 타자 박찬호에게 속구-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류현진은 바깥쪽 공으로 박찬호를 유혹했다. 그러나 결국 풀카운트. 류현진은 결국 유격수 땅볼로 첫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2번 타자 이우성에겐 110㎞ 슬로우 커브를 뿌렸다. 2구 체인지업은 이우성이 걷어냈다. 3구는 볼. 4,5,6구 연속 파울에 이어 회심의 7구 속구가 예리하게 존 하단을 향했으나 볼이 됐다. 류현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8구 시속 125㎞ 체인지업이 통타를 당했고 우익수 우측으로 향하는 2루타가 됐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3번 타자 김도영은 초구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류현진의 속구가 통타를 당했고 1타점 선제 적시타로 기록됐다.

그러나 더 이상 흔들림은 없었다. 나성범을 2구 만에 2루수 팝플라이로 돌려세우더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1실점하며 시작했지만 타선은 류현진의 부담을 완전히 지워줬다. 한화는 1회말 최인호와 페라자의 연속 볼넷에 이어 1사 1,2루에서 노시환의 우월 역전 스리런포로 빅이닝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타자 일순하며 1회에만 4안타 6사사구를 묶어 9점을 만들어냈다.

1회말 더그아웃 앞에서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던 류현진의 어깨가 식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긴 이닝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그런 걱정은 사치였다. 2회초 다시 등판해 최형우를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선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한준수의 타구가 류현진의 발에 맞고 굴절돼 내야 안타가 됐지만 최원준에게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가운데)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3회엔 더 깔끔했다. 박찬호를 유격수 땅볼, 이우성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김도영은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삼자범퇴.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이날 류현진이 4이닝 60~65구를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49구를 던지고 다시 4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상 마지막 이닝이었다. 그럼에도 힘이 빠지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선두 타자 나성범을 1루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소크라테스에게 3구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3구는 소크라테스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완벽히 제구된 바깥쪽 공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걸 어떻게 공략하냐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김선빈의 투수 땅볼 때 다시 한 번 타구를 몸에 맞았다. 왼쪽 허벅지를 맞고 튄 공을 얼른 잡아 1루에 토스한 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통증이 있었고 류현진은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며 고통을 참아냈다. 다행스럽게도 우려스러운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도 공격적인 투구가 빛났다. 전체 투구 중 66%(41구)가 스트라이크로 기록됐다. 최고 시속 148㎞에 달한 속구는 29구를 뿌렸고 체인지업(평균 128㎞)은 12구, 커브(평균 112㎞)는 11구, 커터(평균 138㎞)는 10구로 변화구도 고르게 활용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실점하고 난 뒤인 1회말 노시환(가운데)가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