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체포영장 발부’ 日 재판관, 국제형사재판소 신임 소장으로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아카네 도모코 ICC 재판관(67)이 11일 이 기관의 신임 소장으로 선출됐다.
ICC는 11일(현지시간) 아카네 재판관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 임기의 신임 소장에 선출돼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ICC가 2002년 설립된 이래 일본인이 소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C 소장은 이 기관 소속 재판관 18명이 비공개로 뽑고 있다.
아카네 재판관은 1956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검사로 임관했다. 나고야대 법과 대학원 교수와 유엔의 아시아극동범죄방지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일본인으로는 세 번째로 ICC 재판관에 취임했다.
ICC는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있던 다수의 아동을 자국 내로 불법 이주시킨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아카네 재판관은 당시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관 3명 중 한 명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반발해 그에 대한 지명수배를 내리기도 했다.
아카네 재판관은 이날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유력한 ICC 회원국이며, 일본인이 소장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ICC의 아시아 지역 거점을 도쿄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도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카네 재판관이 ICC 소장이 된 배경으로 이 기관의 최대 기출국이 일본이란 점을 주목했다. 일본 정부는 ‘법에 따른 지배’를 강조하며 지난해 ICC 전체 분담금의 약 15%를 차지하는 37억5000만엔(약 332억원)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ICC에 가입하지 않았다.
아카네 소장의 탄생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 유력기구의 일본인 수장을 다수 배출함으로써 중국 등에 대항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요미우리는 “유엔의 전문기관 15개소를 기준으로 현재 일본인과 중국인이 수장에 오른 것은 1기관씩이지만, 한 때는 중국이 4기관이고 일본은 전무한 시기도 있었다”라며 “향후 ICC 등 유엔 이외의 국제기구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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